그러나 주총리의 발언이 아무리 그런 배경을 갖고 있다 해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문제를 자신들과는 동떨어진 일처럼 언급한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북한문제’는 누가 뭐라 해도 동북아시아의 최대 현안이다.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걸린 문제다. 더구나 중국은 자신들의 정치적 안정과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절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문제가 이같은 평화와 안정의 최대 장애요소로 등장하고 있는 지금, 현실적으로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이 문제해결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아도 될 일인가.
경제관계에만 치중됐던 한중(韓中)관계도 지난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베이징방문이후 정치관계로까지 발전되고 있다. 남북한 어느 쪽에도 쏠림없이 가급적 중립적 위치에서 한반도 문제를 보려는 중국의 노력을 우리가 모르는 바 아니다. 그동안 4자회담 등을 통해 중국이 해온 중재역할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같은 역할은 앞으로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그런 중국이기때문에 동북아 지역의 안정을 위한, 건전한 영향력 행사를 마치 북한에 대한 내정간섭인 것처럼 얘기한 주총리의 발언은 더욱 납득하기 힘들다.
물론 ‘북한문제’에 대한 중국의 인식이나 해결 방법이 미국 등 다른 주변 국가들과 같을 수는 없다. 특히 중―미(中―美)사이에는 최근 인권과 통상문제, 핵기술 유출을 비롯한 군사문제가 불거져 나와 심각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미 다음 세기의 패권 경쟁이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생긴다. 그러나 중―미간의 외교적 갈등이 무엇이든 ‘북한문제’만큼은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는 사안이다.
현재 북한의 핵과 미사일문제가 동북아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분명하다. 주변 강대국들 간의 이해관계 때문에 이 문제의 본질이 왜곡되거나 잘못 해석되어서는 안된다. 아무리 중―미관계가 원만치 못하다 해도 ‘북한문제’만큼은 두나라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과제라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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