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맡아 관리하는 책무를 진다. 정부에 속하는 행정가와 공무원은 그러한 책무를 수행하는 머리요 손발이다. 공직자가 받는 수입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제대로 지키고 잘 관리하는데 따른 서비스 비용이다. 따라서 국민의 혈세(血稅)로 사는 공직자는 최선의 행정서비스를 베풀어야 한다는 의무를 지게 된다.
그러한 쌍무적 성격에 비추어 보면 해양수산부를 비롯한 관련 공직자들의 주먹구구식 대응은 낯 부끄러울 정도다. 우선 2백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획정을 규정한 유엔 해양법협약 비준 후 2년반이 넘도록 거의 준비를 해온 것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일본 주무부처가 치밀하게 준비해온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그러니 협상은 이미 대좌 이전부터 승부가 나 있었던 셈이다.
나아가 수산관련 부처와 공무원이라면 당연히 파악하고 있어야 할 정확한 기초 데이터조차 없었다는 보도다. 어민들의 신고 자료만 들고 협상한 뒤 쌍끌이가 빠졌다는 비난이 일자 “어선협회에 보고하라고 한게 언젠데”라며 오히려 화를 내는 식이었다고 한다. 해양수산부의 현장실사나 검증은 아예 없었고, 조업위치나 어획량같은 기본통계치도 어민들에게 미룰 뿐이다. 어민의 재산과 생존권을 지키는 주무부처, 그 공무원들이라고 믿기 어려운 자세다.
따지고 보면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 파동도 바로 현장의 데이터를 충실하게 파악하지 않고 돈을 내야 할 국민의 주머니 사정 변화를 섬세하게 살피지 않은데 큰 원인이 있다. 우리 행정가와 공무원들이 보다 ‘낮은 데’를 발로 뛰어 객관적이고 정확한 통계와 데이터를 확보하는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일본 어민과의 예민한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을 놓고 ‘일본 장관과 호형호제(呼兄呼弟)하는 사이니까 추가협상이 문제없다’고 큰소리치고 떠났다는 ‘정치장관’을 원천봉쇄하기도 어려운 시스템하에서는 관련부처의 공무원들이 전문성과 현장에 정통하지 않으면 안된다. ‘탁상어로(漁撈)’나 ‘호형호제’외교로는 또다른 ‘쌍끌이 소동’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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