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링]중고생 교양서 붐과 교육백년대계

  • 입력 1999년 3월 16일 19시 18분


출판가에 눈여겨 볼 만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중고교생을 겨냥한 교양도서가 잇따라 출시 또는 기획된다는 것. 김영사는 영국출판사의 시리즈를 중학생 독자용 ‘앗, 이렇게 재미있는 과학이!’로 번역 출간했고 사이언스북스는 곧 고교생용 기초과학 교양서를 연속 발간할 계획이다.

“청소년 독자들이 읽을 만한 책이 없어서”라는 게 출판사측 설명이지만 이들이 새삼스레 ‘독서문화 창달’에 큰 뜻을 품은 건 아닐게다. 진짜 이유는 ‘중고교생 교양도서 시장’선점. 2002년부터 대학입시가 무시험전형으로 바뀌는 등 교육정책이 크게 변해 새 시장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새학기 들어 학교현장은 크게 변하고 있다. “밑줄 쫙,별표 쫙”해가며 교과서를 달달 외우던 수업풍경이 줄어들고 발표태도나 자료준비능력 등이 평가항목으로 새로 자리잡았다. 한 고교 국어교사는 “좋은 책을 들고 다니는 것부터 점수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참고서 전문출판사들은 단행본 출판등으로 업종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기존 출판사들은 ‘무주공산(無主空山)’인 중고교생 교양도서 시장 선점에 분주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청소년들이 ‘성적 때문에’라도 책을 읽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책 읽는 국민이 되자’는 구호가 실현될 토양이 비로소 만들어진 셈이다. “바라건대 교육부여, 이번만은 그 정책 쉽게 바꾸지 말기를”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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