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출신의 교육부장관이 자신의 체험을 토대로 쓴 편지가 이처럼 ‘찬밥 신세’가 돼버린 것은 장관 본인은 물론 교육 자체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당면한 교육개혁 작업은 교육부장관이 힘을 갖고 추진해 나가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번 일로 장관의 권위는 대학으로부터 심각한 타격을 입고 말았다. 그 결정적 실마리는 ‘장관편지’를 대학에 떠넘긴 교육부의 구시대적 발상에서 비롯됐다.
장관이 편지에 그토록 자신이 있고 신입생들이 꼭 읽어주기를 원했다면 교육부가 직접 신입생들에게 보냈어야 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편지뭉치를 대학에 보낸 뒤 대학들이 ‘알아서’ 신입생 가정에 전달하도록 주문했다. 편지를 발송하려면 우표나 봉투비용이 꽤 들어갈 터이지만 교육부가 이 점을 고려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이 점에 대해서는 두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교육부가 처음부터 무관심했을 가능성과 비용을 대학에 부담시켜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그것이다. 어느 쪽이든 교육부가 과거의 타성에 젖어 대학 위에 군림하려 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이렇게 대학에 넘겨진 편지가 제대로 발송되지 못하고 심지어 입학식장에서 학생들에 의해 종이비행기로 날려지기까지 했다는 얘기는 우리 교육현실의 일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교육당국은 대학의 자율성을 강조하면서도 아직도 이런저런 구실로 대학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는게 교육일선에 있는 인사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이번 편지 문제만 해도 교육부관리가 교육현장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늘 해오던 대로 내린 조치로 여겨진다.
내각에서도 개혁성향이 강한 교육부장관이 이번 편지파동에서 보여준 모습은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21세기에 대비하는 교육의 최일선에 있는 장관부터 구태의연한 자세에서 탈피해야 참다운 교육개혁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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