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연의 Man`s 클리닉]IMF로 「남성」주눅

  • 입력 1999년 3월 18일 19시 02분


‘계정(鷄精)’은 조루(早漏)의 옛 표현이다. 암탉 위에서 몇 번 날개짓을 하며 몸부림하다가 금방 내려오는 수탉에 비유한 것. 그 짧은 시간에 욕망을 모두 비워버리니 싱겁기 짝이 없다.사자와 같은 맹수도 섹스시간은 1,2분을 다툴 정도.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쾌락을 즐기는 동안 적에게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것을 경계해서다. 밀림에서 조루는 종의 보존과 생존을 위한 선택인 셈이다.

그러나 인간의 조루는 사정장애란 ‘병’으로 취급받는다. 사격할 때 과녁을 정확하게 조준한 뒤 방아쇠를 당겨야 하는데 이들은 과녁만 보면 격발한다. 아내가 조급하다고 닥달하면 ‘사정’은 더욱 급박해진다.

IMF시대 1년 동안 남성의 성능력 변화를 조사했더니 ‘삽입∼사정 시간이 예전보다 짧아진 사람’이 44%였던 반면 길어진 사람은 1%에 불과했다.

밀림에선 밀림의 법칙을 따라야 하는 걸까. 빅딜 고용불안 능력평가제 등 치열해지는 경쟁사회는 많은 조루환자를 양산하고 있다. 여유없는 삶이 만들어낸 조루환자들은 한결같이 아내에게 죄책감이 든다고 말한다. 초조하고 불안해서 무엇이든 서둘러 끝내야 하는 사회의 ‘조루 신드롬’이 아내와의 잠자리에서 뿐일까. 02―539―7575

이무연(굿모닝남성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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