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사 직급 내려라

  • 입력 1999년 3월 18일 19시 02분


그저께 비경제부처 장관 간담회에서 검사의 직급문제가 다시 거론됐다. 한마디로 검사직급이 일반 행정직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초임검사의 대우가 행정직 부이사관급(3급)에 해당하고 특히 차관대우를 받는 검사장급 이상이 법무부와 검찰에 39명이나 되어 다른 부처와 균형이 안맞고 예산낭비의 요인도 된다는 지적이다. ‘직급인플레’에 관한 이같은 문제 제기는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법무부 이외에 감사원 외교통상부 국방부 국정원(옛 안기부)도 논란의 대상이나 감사원 국정원의 경우 94년 일부 조정된 바 있다. 국방부의 경우 ‘군인에 대한 의전 및 예우기준’에 따라 장교의 직급이 너무 높게 돼 있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의 직급논란은 주로 사법시험을 거친 검사와 행정고시 출신 행정직간의 문제에 집중돼 있다. 정부는 정권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직급재조정 문제를 제기, 현재 기획예산위원회에서 이를 다루고 있으나 ‘힘센 기관들’이 대상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행시 출신이 5급(사무관)에서 시작하는 데 비해 사시출신인 초임검사의 3급 대우는 두단계나 높은 파격적 우대인 게 사실이다. 이것은 부당한 차별이며 인재의 고른 배분이란 측면에서도 잘못이라는 지적들이다. 3급은 행시에 합격한 뒤 20년 정도 지나야 올라갈 수 있는 자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사직급 논란은 전적으로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게 법무부 주장이다. 검사우대는 남을 단죄하는 준사법기관이라는 업무의 특수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 고도의 도덕성 청렴성이 요구되는 업무의 대가라는 얘기다. 일본 등 이른바 선진 몇몇 나라에서도 검사를 우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검사는 행정직 직급체계와 달리 특별법에 따라 검사―검사장―고등검사장―검찰총장 등 4등급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맞비교 자체가 잘못이라고 말한다.

법무부의 논리에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으나 시대의 변화에 비추어 설득력이 약하다. 검사의 직급문제는 일반 행정직뿐만 아니라 군인 외교관 등 다른 부처 직종들과의 균형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같은 체계로 돼있는 판사직급과도 사법개혁 차원에서 함께 검토돼야 한다. 나아가 현재 진행중인 정부조직 개편작업과도 떼어놓을 수 없는 문제다. 그런 점에 유념하면서 이번 기회에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직급논란은 공무원의 의전상 서열이 본봉기준인데서 비롯된다. 따라서 직급의 불균형 문제는 본봉을 재조정하되 수당에 업무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방법도 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직급이 높아야 도덕성 청렴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식으로도 들리는 법무부 논리는 대전 법조비리사건 등에 비추어도 설득력을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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