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화성/동아마라톤 뛰며 이웃사랑

  • 입력 1999년 3월 18일 19시 02분


마라톤은 곧 인생. 때로는 평탄한 곳이 있는가 하면 험한 고갯길도 있고 구불구불한 길도 있다. 땀과 눈물이 있는가 하면 짜릿한 환희의 순간도 있다. 그러나 살다보면 힘이 돼 주는 따뜻한 이웃도 많다. 마라톤도 마찬가지. 뛰는 것은 혼자지만 여럿이 함께 달리면 더욱 힘이 난다.

동아마라톤대회의 백혈병어린이 돕기 ‘1미터1원’ 모금운동에 익명의 후원자들이 늘고 있다.

아직 뛰기도 전인데 이런 익명성 후원금을 포함해 3백만원이 넘었다. 뛰고 나서 동참하겠다고 약속한 사람도 1천5백여명. 마스터스 참가자 1만1천여명 중 10%가 넘는다. 지난해 이름을 밝히지 않고 후원금을 낸 사람도 30여명이나 된다. 이들의 후원금은 5천원, 1만원 등 적은 것이 특징. ‘적지만 고귀한 정성’이 담겨 있다.

런던마라톤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것은 마라톤정신을 ‘봉사 정신’으로 승화했기 때문. 지난해 3만여명의 마스터스 참가자들은 자선기금으로 5백70만파운드(약 1백8억원)를 내놓았다. 그 모금방식은 동아마라톤의 1미터1원과 흡사하다.

뉴욕마라톤도 참가자 3만여명, 자원봉사자가 1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 없이 대회를 치른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81년에 60명 회원으로 출발한 ‘꽃동네 후원회’는 지금은 80만명이 넘는다. 1계좌 1천원. 리어카행상을 하는 할머니가 1천원을 슬며시 놓고 가기도 했고 환경미화원 아저씨가 매달 2천원씩 꼬박꼬박 내기도 했다. 길가에서 구걸하는 할아버지가 한푼 두푼 얻은 동전을 꼬깃꼬깃한 1천원짜리 지폐로 바꿔 내놓을 때도 있었다.

세상이 험해도 말없이 남에게 베풀며 사는 가슴 따뜻한 사람은 아직 많다. 함께 달리자. 함께 나누자. 마라톤은 그래서 더욱 따뜻하다.

김화성(체육부)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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