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배인준/회장님의 코멘트

  • 입력 1999년 3월 18일 19시 02분


앨런 그린버그(72). 49년 미국 베어스턴스사의 말단사원으로 입사해 79년 대표이사가 되고 85년부터 회장으로 있다. 베어스턴스는 자산규모 1천4백억달러(약 1백70조원)의 증권 투신 등 종합금융그룹. 23년 창사 이래 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는, 안정성과 투자성이 최정상급인 금융기관이다.

▽그린버그는 월 스트리트에서 기인(奇人)으로 통한다. 사원채용 기준부터가 남다르다. ‘우리가 찾는 사람은 명문대 MBA(경영학석사) 출신이 아니라 PSD’라는 지론을 실천한다. PSD란 가난하고(Poor)똑똑하고(Smart) 부자가 되려는 강한 욕망(Deep Desire To Be Rich)을 가진 젊은이를 뜻한다. 그는 또 구두쇠이지만 자선사업엔 손이 크다. 작년 6월엔 돈이 없어 비아그라를 사지 못하는 노인들을 위해 1백만달러를 내놓았다.

▽임직원들에게 끊임없이 메모를 보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고객최우선 절약 절제 겸손 정직 등의 중요성을 현장감과 위트 넘치게 갈파한 메모내용은 미국 금융가에 회자되고 출판요청이 쇄도, 96년 ‘회장님의 메모’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아무리강한 사슬도 그 가운데 가장 약한 고리에 의해 강도가 결정된다’는 말도 인상적이다. 이 그린버그가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00포인트를 돌파한 데 대해“아무일도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돈버는 기업의 주가만이 올라가는 것”이라고 코멘트했다.

▽때마침 국내 재벌기업들이 ‘주가관리에 최대역점을 둔 경영’을 강조하며 자사주 주가올리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그린버그의 말이 생각났다. 그의 지적을 참고한다면 기업들은 수익성을 높이는 내실경영의 길부터 찾아야 할 것 같다. 중요한 건 역시 경영의 알맹이다.

〈배인준 논설위원〉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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