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이처럼 총리나 각료가 휴일을 이용해 외국을 방문하는 것이 거의 상식처럼 돼 있다.
서방 선진7개국(G7) 정상회의나 재무장관 회의 등 국제회의가 열릴 때는 회의가 열리기 불과 몇 시간 전에 현지에 도착하고 회의가 끝나면 바로 귀국한다. 해외에서 꼭 필요한 행사 이외에 ‘외유’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런 관행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국정(國政)수행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사고방식이다.
관료나 기업인이 세미나나 벤쿄카이(勉强會·특정사안을 함께 연구하는 모임)를 주말이나 일과 후에 자주 여는 것도 이런 생각의 연장이다.
또 하나는 국회를 존중하는 의식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국회가 열리는 일본에서는 총리나 각료가 의원들의 질의에 직접 답변하는 것이 당연시된다. 해외방문을 이유로 국회에 출석하지 않았다가는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조차 “국회를 무시한다”는 반발이 나온다. 해외방문에서 돌아와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그날 바로 국회답변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인들은 흔히 “총리만큼 힘든 직업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휴일을 이용한 외국방문’을 재고하자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공인일수록, 특히 지위가 높을수록 보통사람보다 멍에를 많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권순활<도쿄특파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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