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치사를 더듬어 보면 신인 대망론(待望論)은 되풀이 제기되어온 화두다. 그만큼 우리 정치가 국민의 요구를 담아내지 못하고 실망을 안겨왔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과거 일부 정당과 지도자들은 이러한 신인 대망에 부응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눈가림식 충원을 해온 적도 있다. 또 신인 스스로가 자기 한계를 벗지 못하고 구태에 젖어들거나 기대치만큼의 기능을 못하고 실패해버린 경우도 적지않다.
그래서 우리는 정치무대의 신인 충원이 여야 모두에 바람직하다는 전제 하에 세가지를 당부하고자 한다. 첫째, 기존 정당내부의 인적 취약성을 보완하고 전문성과 기능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인재 리크루트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신인 충원을 내걸고 득표나 겨냥하는 식의 ‘이미지 쇄신책’으로서가 아니라 실로 미래의 한국정치를 내다보면서 변화된 유권자들과 호흡을 같이하고, 복잡다기한 21세기의 국리민복을 판단하고 논의할 수 있는 인재를 내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대학에서 학생운동에 주력한 사람들만 쳐다보아서는 안된다. 그 가운데 우수한 사람이 없다는 말이 아니라 거기에만 집착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우리는 4·19세대를 비롯해 6·3세대, 민청학련세대 등 숱한 재야 학생운동에 몸담았던 사람들이 ‘신인’이라는 이름으로 정치 무대에 나서서 보여준 행동을 기억한다. 더러는 기성 정객들보다 더 비난받을 행태를 보여주기도 했고, 정치혼탁과 정치문화 후퇴를 더 부추긴 사람조차 있다. 따라서 학생운동 전력때문에 생긴 ‘이름값’만을 쳐주는 식의 리크루트는 의미가 없다. 또 한편으로 시민단체 등의 인사들에 대해서도 그들의 이름값만을 이용하려 한다면 시민단체의 도덕성과 정당성만 훼손, 결과적으로는 해로운 신인 충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나이가 젊다는 이유만으로 신인으로 쳐주고 영입대상으로 삼는 것은 안된다. 나이에 관계없이, 정치와는 담을 쌓고 살아왔더라도, 기성정치인이 갖추지못한 전문성을 지니고 현실과 미래를 읽는 비전과 도덕성을 갖춘 참신한 인물이라면 당연히 신인으로 대접받아야 할 것이다. 이번에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신인 수혈이 될 것을 기대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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