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발이 스쳐갔다. 뒤늦게 찾아온 봄눈. 한 시인은 ‘단념하듯 봄눈이 내린다’고 노래했다. 단념하듯 생을 마감하는 눈의 비극적 운명인가. 시인은 봄눈의 찬란한 소멸을 통해 자신의 생을 들여다본다.
‘가로수들이 속죄하는 모습으로/눈을 맞으며 서 있다/…/때늦어 당도한 눈발들은/…/하루살이처럼 떠돌며 망각을 부른다/높은 가지 끝에서 찬란한 빛으로 소멸하는/한 점 눈발을 두고서 나는 이제/…언젠가/때가 오면 띄워야 할 부고(訃告)가/내게도 있다는 걸 알 따름이다’(강윤후의 ‘봄눈’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