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유연한 정부를 만들겠다는 정부조직개편의 기본방향과 원칙이 무색해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총체적 개혁과 고통분담차원에서 정부조직을 과감히 줄이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또한 명분이야 어떻든 공보처 신설은 역(逆)개편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46억원이란 예산을 써가며 국가 공조직을 온통 뒤흔들어 놓았는가. 그동안 국가 공기능의 마비에 따른 혼란과 낭비, 비효율에 대해서는 누가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가. 정부 스스로의 개혁은 뒷전으로 미뤄둔 채 어떻게 민간부문의 개혁을 다그칠 수 있나.
그동안 정부는 2차 정부조직개편의 필요성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정부조직을 개혁하지 않고는 21세기 선진국 도약이 불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조직개편에 있어서는 작은 정부를, 운영시스템 개선과 관련해서는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한다는 기본원칙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그 결과 도출해 낸 것이 기획예산위원회가 마련한 개편안이었다.
물론 기획예산위의 개편안 자체가 정부기능의 핵심역량 위주로의 개편과 효율적인 행정체계 구축이라는 당초 목표에 미흡했다. 조직개편 방향이 자율 경쟁 효율 등에 치우친 나머지 행정의 본령이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외면했다. 행정수요자인 국민의 입장과 앞으로의 행정에서 가장 중요한 민주성과 형평성을 간과했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가 확정한 최종안은 그야말로 이것도 저것도 아닌 누더기가 돼 버렸다. 통합대상이 되었던 부처들의 반발과 로비가 정치권에 먹혀들고 공동정권 양당의 영토다툼이 재연되면서 제1차 조직개편 때의 실패를 되풀이하고 말았다.
뒤늦게 정부 일각에서 작은 정부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는 것은 더욱 역겹다. 정부조직개편이 내년 총선 등을 의식한 정치논리에 함몰되고 집권 양당간의 이해관계에 얽매인 정치적 빅딜로 끝날 것이었다면 차라리 개편작업에 착수하지 않은 것만도 못했다. 정부는 당초 정부개편 의지가 어디로 갔는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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