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도 부엌도 없는 바라크의 이층은 배의 선실이나 아니면 천장 아래 다락방처럼 보였어요.
그는 삐걱이며 거의 부러질 것처럼 휘어지는 나무 판자의 계단을 올라가더니 역시 턱짓으로 나더러 올라오래요.
나는 그가 하던대로 신발을 벗어 들고 비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갔지요.
방 안은 놀랍도록 지저분하고 퀴퀴한 냄새가 났어요.
판자로 만든 문을 열어 두었는데 사방 두어 뼘 되어 보이는 곳에 신발이 놓였고 내가 제일 처음에 본 건 바로 문 옆에 놓인 푸른 색 사기 요강이었어요. 요강 뚜껑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신문지로 덮어 놓았더군요. 거기서 악취가 풍겨 올랐죠.
오른 편에 창문이 있고 그 아래 찬장과 석유곤로가 놓여 있었구요 물이 반쯤 담긴 양동이가 있었어요. 방의 안쪽에 더러운 이불을 펴고 머리가 부스스한 반백의 남자가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있었어요. 한 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사내 아이가 방금 그에게서 건네받은 게 틀림없을 센베이 과자를 와작와작 깨물어 먹구 있었지요. 그는 무슨 제사라도 지낸 모습으로 얌전하게 무릎 꿇고 앉아서 고개를 숙인채 침통한 표정이었구요. 내가 난처한 표정으로 방 안을 두리번거리며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하고 있는데 그가 내 옷자락을 당기며 당당하게 말하는 거예요.
이리 좀 앉아.
나는 얼결에 그의 뻔뻔함에 기가 죽어서 스르르 무릎을 꿇고 앉아 버렸어요.
인사 드려.
나는 이번에도 홀린 듯이 그의 명령에 따라 앉은채로 머리에서부터 허리까지 깊숙이 숙이면서 인사를 했는데 귓전에 그의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아버지, 저와 결혼할 사람입니다.
나는 머리를 숙이고 아직 쳐들지도 않았는데 그의 엄청난 말을 듣고는 도저히 고개를 들 수가 없어졌어요. 반백의 남자는 비스듬히 기댔던 자세에서 조금 똑바로 고쳐 앉으며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어요.
참, 고마운 일이다. 니가 학교도 다니고 이런 시약시도 만나게 되다니….
나는 얼굴이 화끈하고 부아가 치밀어 올랐지만 입 밖에 내어 뭐라고는 못하고 곁에 앉은 그의 옆구리를 호되게 꼬집었죠. 그는 신음 소리 한번 내기는커녕 으흠, 하면서 큰 기침만 하는 거예요. 반백이 묻더군요.
시골 느이 엄마는 별 일 없느냐?
네, 다 잘들 지냅니다. 아버지 허리는 어떠세요?
글쎄 두 달이 다 되어 가는데 여엉 낫지를 않는구나.
아주머니는 안들어 오세요?
반백은 그의 말에 대답은 않고 과자를 깨물고 앉은 아이를 눈짓했다.
내가 몸이 성해야 저것을 어디 맡길텐데….
아아, 내가 어쩌다가 이런 고랑창에 빠져 버렸든고. 나는 우리 집 어둠의 한 열 배는 되는 짙은 동굴 속에라도 들어선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갈수록 태산이라고 그가 뭐랬는지 알아요? 기가 막혀서.
이 사람이 아버지 저녁 지어 드린다고 이렇게 장을 보아 왔습니다.
하고는 벌떡 일어서서 내게 이러는 거예요.
<글:황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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