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눠먹기식 인사

  • 입력 1999년 3월 23일 18시 55분


공동정권의 나눠먹기식 인사가 또다시 국민에게 실망을 주고 있다. 현 정권의 각료인선은 정권 출범 초기부터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몫 챙기기’형식으로 시작된 게 사실이다. 능력이나 전문성 등 객관적인 평가기준 대신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당파적 이해관계가 각료인선의 잣대처럼 됐다.

그러다보니 자격미달이거나 도덕적 의심을 살 만한 인사들이 장관직에 발탁된 예도 있고 그로 인한 국가적 손실과 혼란도 적지 않았다. 이번 해양수산부장관 인선을 보면서 이 정권의 인사원칙이 무엇인지 다시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해양수산부는, 박지원(朴智元)청와대대변인이 장관교체 인사가 있기 하루 전인 22일 한 얘기처럼 ‘전문성과 국제감각을 갖춘 팀으로 재편이 불가피한 부서’다. 더욱 복잡해지고 있는 국제해양질서에 대처하고 어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전문성과 함께 국제협상에도 폭넓은 경험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정상천(鄭相千)신임해양수산부장관은 해양수산분야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경찰출신으로 내무부에서 주로 근무한 관료출신 국회의원이다. 게다가 금년 나이도 68세다. 그에게 21세기 해양수산의 비전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솔직히 말해 해양수산분야의 비전문가였던 김선길(金善吉)전장관의 실책을 되풀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박청와대대변인은 정장관의 발탁배경에 대해 “행정경험과 정치경력 및 부산출신이라는 점 등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바로 하루 전, 해양수산부에 새피를 수혈해야 한다며 전문성과 국제감각을 강조했던 그의 말과는 전혀 동떨어진 발탁배경 설명이다.

더구나 ‘부산출신’운운한 박대변인의 얘기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정말 부산 민심까지 고려했다면 지역 연고 인사보다는 해양전문가를 발탁하는 것이 옳았다. 그것이 어장을 잃어 실의에 빠져 있는 어민들을 조금이라도 위하는 길이 아니겠는가.

청와대와 총리실이 해양수산부장관 인선문제를 두고 얼마나 끈질긴 힘겨루기를 했는지는 이미 널리 알려진 상태다. 그러다보니 인선이 늦어졌고 결과적으로 어민 대책도 더 소홀해졌다. 아무리 공동정권이라 해도 서로가 ‘내몫’ ‘네몫’을 챙겨 자리다툼을 벌인다면 국정이 제대로 굴러갈 리 없다.

더구나 자민련 전국구의원인 정장관이 입각함에 따라 자민련 전국구 대기1번 후보가 금배지를 달게 됐다. 이런 것까지를 계산한 장관인선이라면 그 인사가 과연 누구를 위한 인사냐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나눠먹기식 인사가 공동정권의 태생적인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언제까지 이런 식의 비정상적 행태가 지속돼야 하는지 근원적인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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