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뒷얘기]도난 방지 시스템

  • 입력 1999년 3월 23일 19시 26분


박물관 주변엔 문화재를 노리는 눈길이 그치지 않는다.

국내 희대의 문화재 도난 사건은 67년 10월 덕수궁미술관 유리진열장에 전시 중이던 ‘연가7년명(延嘉七年銘) 금동여래입상’(국보119호)이 감쪽같이 사라진 일. 불상은 무사히 돌아왔지만 누가 어떻게 훔쳐갔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90년 캐나다 토론토의 한 화랑에선 이중 경보시스템에도 불구하고 피카소의 유화가 도난당했다. 경보장치를 피해 전시실 벽을 뚫고 들어온 것이다. 85년 권총을 들고 프랑스 파리의 마모탕박물관에 침입해 인상파 화가 모네의 ‘인상―해돋이’를 털어간 저돌형도 있었다.

박물관은 어떻게 이를 막아낼까. 누군가 전시 유물을 모조품과 바꿔치기 하려는 순간 정말로 벨이 요란하게 울리고 전시실의 문이 모두 닫힐까.

국립중앙박물관은 △전시실 내부 △진열장 외부 △진열장 내부로 공간을 나눠 도난방지시스템을 작동시킨다.

1단계 전시실 내부. 곳곳에 카메라와 도난경보기가 작동한다. 전시실에 들어온 사람은 상하 좌우로 3백60도 회전하는 감시카메라에 의해 일거수 일투족이 체크된다.

2단계 진열장 유리 표면. 진열장 유리표면에 손이나 다이아몬드 칼을 들이대면, 미세한 움직임까지 체크하는 진동센서가 이를 감지한다. 동시에 온라인으로 상황실에 신호가 간다. 카메라는 물론 계속 돌아간다.

3단계 진열장 내부. 범인의 손이 설령 진열장 유리를 통과했다 해도 이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진열장 내부엔 열감지기가 있어 사소한 움직임도 체크된다. 이 때부터 실제 상황에 돌입한다. 상황실에 경보가 울리고 원격조정에 의해 전시실 철문(슬라이딩 도어)이 자동으로 닫힌다.

유리 진열장 없이 노출 전시 중인 문화재의 경우 적외선빔으로 외부의 접근을 감지한다.

박물관은 도난뿐만 아니라 화재도 방지해야 한다. 중앙박물관 전시실엔 열 연기센서가 있어 화재발생을 즉각 감지한다. 센서가 작동하면 전시실 문이 닫히고 물 대신 산소를 차단하는 할론가스가 배출된다. 센서 오작동을 막기 위해 두 대를 설치해 같이 감지했을 때만 작동하도록 해놓았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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