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은 군사행동의 범위확대를 꾀하는 일본 내 분위기와 맞물려 주목된다. 일본 정부는 해상경비행동 발동에 대해 자위대법에 규정된 ‘인명보호 등에 필요한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발포는 일본이 평화헌법(군비 및 무력사용 불인정)을 비집고 ‘군사적 보통국가’로 한발 더 다가서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 일본내에서도‘왜치안기관인 해상보안청으로는 모자라 자위대가 출동했는지, 게다가발포까지했는지그 적절성 여부를 냉정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런데 괴선박이 실제로 북한의 공작선이라면 북한측의 문제를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공작선 침투는 잠재적 군사대국인 일본의 무력행사를 부채질할 우려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에서는 작년 북한의 미사일발사를 계기로 전수(專守)방위원칙 수정 움직임이 확산돼왔다. 이달 3일에는 노로타 호세이(野呂田芳成)방위청장관이 이른바 선제공격 합법론을 제기, 일본 정부의 기존입장 수정을 꾀하는 마당이다.
마침 일본 국회는 한반도 등 유사시의 미일(美日)간 군사협력 기본방침을 담은 신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관련법안을 심의중이다. 주변 유사시에 일본 자위대가 미군지원 명목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명시한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일본 헌법과 자위대법상의 전수방위원칙은 사실상 폐기된다. 이번 사건은 이 법안의 내달중 통과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그런 가운데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는 “이번 사건을 분석해 법정비를 검토하겠다”며 자위대법상의 무기사용권한 확대 등을 시사했다.
북한의 엉뚱한 도발은 이처럼 일본의 방위정책 변화를 촉진하고 연쇄적으로 중국의 군비증강 움직임을 더욱 자극해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걱정된다. 지역내 긴장이 높아지면 북한이 강경체제를 더욱 강화해 한반도를 새로운 동아시아 냉전질서 속으로 끌고들어갈 우려도 있다.
금창리 핵의혹시설문제를 둘러싼 북―미(北―美)간 협상 타결 등으로 동북아정세가 호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왜 구태의연한 행동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이같은 행동은 일본의 대북해빙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고 그 연계선상에서 우리측의 대북포용정책에도 악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 이번 괴선박사건은 한일간의 대북정책공조 필요성을 거듭 확인시켜 주는 것이기도 하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