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차수/장관임명도 「밥그릇 챙기기」

  • 입력 1999년 3월 24일 19시 03분


『자기 의견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장관을 하겠어요. 지시 한번 하다가 하루가 다 가겠네요. 어업의 어(漁)자도 모르는 장관이 한일어업협정을 엉망으로 만들게 해 놓고도 모자라 또 저런 사람을 시켜도 되는 겁니까.』

24일 출근길의 택시운전사가 정상천(鄭相千)해양수산부장관 인터뷰 방송을 듣다가 털어놓은 불만이다.

정장관은 이날 라디오 전화대담에서 21세기를 앞두고 바다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해양수산정책에 대한 비전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게다가 느린 어투는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였다.

정장관 임명을 놓고 정치권 안팎에서 뒷말이 끊이질 않는다. 정부조직개편이 공직사회의 밥그릇 챙기기에 발목잡혀 유명무실해진데 이어 민생을 책임지는 장관직 임명마저 특정정파의 밥그릇 챙기기로 비난의 대상이 되는 걸 보면 국민의 정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전문가를 장관에 기용하려 했으나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가 해양수산부장관은 자민련 몫이라며 밀어붙였다니, 정말 보통 상식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장관자리가 정당이나 한낱 특정인의 밥그릇 챙기기 대상이라면 그런 정치에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 실의에 빠진 많은 어민들은 이번만은 믿을 만한 전문가 장관이 나와 한일어업협정 후유증을 잘 수습해줄 것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 어민들이 “바닷가출신이니 괜찮지 않겠느냐”는 발탁배경 설명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김총리가 그토록 오매불망(寤寐不忘)하는 내각제가 국정운영을 이렇게 하자는 것인지, 김대통령은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공동정권을 운영하겠다는 것인지 국민들은 답답하기만하다.

김차수<정치부>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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