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張永壽·64·㈜대우 총괄사장) 신임 대한건설협회장의 지론이다. 59년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후 40년간 건설인으로 외길을 걸어온 그의 현장철학이 농축된 말이다. 그는 작년 5월부터 건설협회장 대행을 맡아오다 2월23일 협회 50년 역사상 처음으로 경선을 거쳐 회장에 선출됐다. “업계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내가 꼭 할 일이 있다”면서 전국을 누비는 그를 만나 요즘 건설업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건설경기는 어떻습니까.
“정부가 공사발주를 서두르고 주택분양도 잘 되면서 경기가 살아나는 분위기입니다. 대형업체가 분양하는 아파트의 경우 청약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여유돈을 가진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가수요현상까지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본격적인 경기회복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당장 하반기에 공공공사 발주가 줄어들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장회장은 “정부는 부동산 규제를 더 풀고 민간이 필요한 땅을 택지로 개발해 이용하게 해야 한다”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건설업체의 공사입찰 담합 등 문제에 대해 업계에선 어떻게 봅니까.
“입찰담합은 잘못된 일이라는 점은 인정하고 반성도 많이 합니다. 그러나 낙찰률이 90% 이상이면 담합이라고 의심하는 정부의 접근방식은 지나친 것입니다. 입찰담합 등으로 처벌받는 건설업계를 보면 유독 건설업만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건설업은 건설산업기본법이라는 특별법으로 규제되고 있는데 다른 업종처럼 공정거래법으로 처벌규정을 일원화해야 합니다. 그렇게 바꿔달라고 정부에 계속 요구하고 있습니다.”
―입찰비리를 막을 구체적인 대안이 있으면 소개해주시죠.
“세가지 선결과제가 있습니다. 우선 공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최저가격 기준이 마련돼야 합니다. 현재 정부공사의 적격심사대상 최저응찰가는 정부예정가의 69%입니다. 늘 일감이 부족한 업체들끼리 경쟁하다보니 최저가격으로 응찰해 공사를 따기도 하는데 그 금액으로 공사하면 업체들은 2년 안에 모두 부도날 수밖에 없습니다. 최저응찰가 기준을 79%정도로 올려줘야 합니다. 둘째는 발주기관이 실력을 갖춰서 업체의 입찰자격사전심사(PQ)를 제대로 해야 합니다. 능력없는 건설업체들이 공사를 따려고 덤벼드니 담합이나 덤핑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셋째는 미국처럼 공사이행보증금을 대폭 올리고 신용평가보증제도를 조기 정착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부실공사에 대한 일반국민의 걱정과 두려움은 언제쯤 해소될까요.
“제값주고 제값받기가 우선돼야 합니다. ‘해외에서는 우리 업체가 잘하는데 국내에선 왜 못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하시는데 그건 공사비가 적정한가의 문제입니다. 정부와 건설업체간의 거래나 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간의 거래가 모두 그렇습니다. 8만원짜리 일감에 돈은 5만원만 주는 경우 현장근로자가 제대로 일을 할 리가 없습니다. 제값을 줬는데도 빼먹고 부실공사하면 그땐 엄하게 처벌해야 합니다.”
―중소업체와 대기업 간의 갈등은 어떻게 조정해야 하나요.
“중소업체의 고민을 대기업측에서 해결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중소업체의 최대 현안은 일감확보입니다. 그래서 지방중소업체에 우선권을 주도록 돼있는 정부발주 공사가 현재는 30억원 이하짜리인데 이것을 50억원까지로 확대하도록 정부에 요청했습니다.”
장회장은 일욕심이 많고 추진력이 강하기로 업계에 소문난 기술자출신 전문경영인. 무역전시장, 교보빌딩, 국가정보원 건물공사에 깊이 참여했다. 총연장 3백57㎞인 파키스탄 고속도로를 두고 그는 “단일기업이 설계에서 운영까지 모두 맡는 일은 세계적으로 드물다”며 자랑한다.
―우리 건설업계 기술수준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국내 업체는 돈 벌면 땅장사하고 놀기만했지 전문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데는 등한히 했죠. 지금은 선진국업체보다 한참 뒤져 있습니다. 잠재능력은 커요. 매출액의 1%를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등 노력을 하면 선진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업체들이 나올 겁니다.”
〈정리〓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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