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고전영화 전용관 「오즈」개관 이황림씨

  • 입력 1999년 3월 28일 20시 16분


테크놀로지를 앞세운 대형 영화가 아니면 제아무리 재미와 감동을 두루 갖춰도 관객들로부터 외면받는 요즘의 극장가. 이 와중에 배짱좋게도 ‘고전영화’를 앞세운 클래식전용 극장 ‘오즈’(서울 강남구 신사동)가 27일 개관기념 시사회를 시작으로 4월3일 정식 문을 연다.

‘오즈’를 설립한 영화사 율가필름의 이황림 대표(51). 20여년간 영화 기획, 연출, 수입일을 하며 충무로에서 잔뼈가 굵어온 그의 이번 시도는 ‘장사’가 아니라 거의 ‘영화문화 운동’으로 여겨질 정도다. 그러나 “미쳤다”면서도 격려해주는 중년 팬들과 젊은 영화광들의 성원을 큰 힘으로 여긴다.

“지난해말 우리 회사가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대한극장에 걸었을 때 중년관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보고 놀랐어요. 영화를 정신적 자양분으로 삼고 자란 ‘할리우드 키드’들, 20대 위주의 영화판에서 소외된 중년관객들에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주고 싶습니다.”

미국의 고전영화 전문배급사 ‘할리우드 클래식스’로부터 “고전영화를 상영하려면 전용관이 있어야 한다”는 제안을 받고 6년전부터 극장 설립을 준비했다. 주요 상영작은 ‘할리우드 클래식스’에서 일괄 구입한 ‘카사블랑카’ ‘이지 라이더’ ‘오즈의 마법사’ ‘사랑은 비를 타고’ 등. ‘오발탄’ ‘맨발의 청춘’같은 한국영화들과 일본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작품 등 ‘고전’의 범주에 묶일 수 있는 모든 영화를 상영할 계획이다.

‘왜 하필 고전이냐’는 물음에 그는 “고전을 모르고 새 것을 창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모든 장르가 마찬가지이지만 고전을 알아야 합니다. 작곡가 스트라빈스키가 ‘왜 현대엔 베토벤이나 모차르트가 없느냐’는 질문에 ‘시대가 바뀌었다’고 대답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영화도 마찬가지예요. 알프레드 히치코크나 오손 웰즈 같은 감독들은 이 세상에 다시 나올 수 없어요.영화 역사 1백년이 남긴 위대한 유산들은 젊은이들이 영화를 보는 눈을 키우는 데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TV나 비디오로 보면 1백분의1도 못보는 것”이라며 “사업적 타당성을 따지기 보다 감동을 나누고 싶은 생각이 더 크다”고 말했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