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천만명 정도의 ‘소국’으로 지역 맹주를 자처하다 미국과 전쟁을 치른다는 것은 공통점. 전쟁을 기화로 국내 반대세력을 숙청하고 독재체제를 강화하는 것도 비슷하다.
민족주의적인 명분을 내세워 인근 약소국이나 약소민족을 공격하다 미국의 개입을 가져온 경위도 닮았다. 이슬람교도인 후세인은 반(反)이스라엘과 아랍민족주의를 내걸고 쿠웨이트를 침공해 걸프전을 유발했다. 세르비아정교(正敎)성직자의 아들 밀로셰비치는 코소보주(州)를 공격해 알바니아계를 상대로 ‘인종청소’를 자행했다.
국내에서는 두 사람 모두 카리스마적 권위가 있다. 이라크에서는 미국이 대통령궁을 폭격할지 모른다는 소문을 듣고 테헤란 시민들이 대통령궁 주위에 몰려 ‘인간방패’를 만들기도 했다. 밀로셰비치 역시 구유고연방 해체이후 거듭된 민족분규 과정에서 ‘세르비아 민족의 중흥자’로 일반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전쟁을 치르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후세인은 강온 양면작전을 구사하며 경제제재조치 등을 교묘하게 풀어가고 있다. 밀로셰비치는 외교적 해결을 거의 외면하면서 코소보주 알바니아계 주민을 계속 공격하고 있다.
언론정책도 다르다. 후세인은 미국 CNN방송이 피폭 현장에서 전쟁비난의 소리를 생생히 전달하도록 사실상 유도했다. 밀로셰비치는 CNN을 비롯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참전국가 언론사의 취재를 전면금지했다. 그 결과 유고의 피해상황이 외부에 제대로 전해지지 않고 있다.
〈조헌주기자〉hanscho@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