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내 뒤에 처져 수비를 이끌던 홍명보는 후반 끝나기 직전 볼을 잡자 그대로 치고나가 오른쪽 빈곳에 있던 최성용에게 정확히 찔러 줬다. 최성용은 기다렸다는 듯 골문을 향해 그림같은 패스를 날려줬고 가운데로 파고들던 김도훈은 수비수 2명 사이에서 그대로 볼을 잘라 브라질 골문 오른쪽 귀퉁이로 슛을 날렸다. 1대0.
한국이 세계축구의 최강 ‘삼바축구’의 브라질을 거꾸러뜨리는 순간이었다. 64년 도쿄올림픽에서 0대4로 패한 이래 35년만의 첫 승리.
28일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대 브라질축구대표팀의 친선경기는 한국축구의 뚝심을 보여준 한판이었다. ‘이렇게 잘할수 있는데 왜 프랑스월드컵에선 못했는가’하는 아쉬움이 남는 한판이기도 했다.
갑작스럽게 닥친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경기장을 찾은 6만여명의 팬은 브라질 선수들의 뛰어난 개인기에 갈채를 보냈고 이에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맞선 한국팀이 끝내 승리하자 일제히 일어나 환호성을 올렸다.
김도훈 황선홍 홍명보 유상철 하석주 노정윤 등 일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주축을 이뤄 불과 1주일밖에 훈련을 하지 못한 한국과 역시 유럽에서 활약중인 선수들을 급조해 팀을 구성한 브라질은 조직적인 플레이는 보여주지 못했지만 세계 정상의 개인기를 유감없이 선보였다.
전반에 이렇다할 공격을 보여주지 못했던 브라질은 후반들어 한국과 비길 수 없다는 듯 초반부터 빠른 템포의 전술로 거세게 한국팀을 몰아붙였다.
12분 한국 진영 오른쪽을 돌파한 카푸가 센터링한 볼을 김병지가 쳐낸 순간 달려들던 아모로조의 발에 걸려들었으나 다행히 슈팅이 수비수를 맞고 튕겨나갔다.
이에 질세라 한국도 발빠른 서정원이 최전방 공격에 나서면서 35분 황선홍, 37분 최성용, 41분 황선홍이 연이어 슈팅을 날려봤으나 브라질 골키퍼 세니의 손에 걸려들었다.
39분 오드반의 문전 앞 슈팅을 김병지가 걷어내 최대의 위기를 넘긴 한국은 41분과 43분 황선홍의 연이은 슈팅에 이어 경기종료 7분을 남기고 교체 투입된 김도훈이 최성용의 패스를 받아 결승골을 넣음으로써 대미를 장식했다.
〈권순일·김호성기자〉stt77@donga.com
△친선경기
한국10―01―00브라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