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김대통령은 “국민의 정부 들어 정경유착도 사라지고 관치금융도 찾아볼 수 없게 됐으며 4대 개혁도 제대로 진행됐는데, 앞으로의 개혁성패는 5대 재벌의 개혁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규성(李揆成) 재경부장관과 이헌재(李憲宰 )금감위원장은 5대 그룹의 자산재평가나 현물출자를 통한 부채비율 감축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대통령도 그런 방식은 절대로 안된다고 못박았다. 또 전윤철(田允喆)공정거래위원장은 빅딜 등에 관한 정재계 합의를 재벌들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계좌추적권을 활용해 부당내부거래를 집중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김대통령도 정재계 합의는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며 “울펀슨 IBRD(세계은행)총재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티야 센 교수 등이 우리 정부의 재벌 구조조정 개입을 정당하다고 평가했다”고 언급했다.
이런 일련의 발언에서 정부는 역시 자체 경제운영에 대해서는 팔이 안으로 굽는 자세를, 기업에 대해서는 ‘관리대상’으로 대하는 엄한 자세를 드러냈다. 그게 지나치면 독선이 된다. 재벌들에 대한 개혁 요구가 잘못됐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런 요구에 앞서 정부측 경제운영의 문제점에 대한 진지한 자체점검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다수 국민은 정부개혁이 겉돌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재벌 빅딜 등에 대한 정재계 합의도 무리하게 추진돼 적잖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여당의 졸속 성과주의를 비판하는 소리가 많다. 관치(官治)의 실상은 금융 기업부문을 통틀어 폭넓고 깊다. 더 좋은 조건의 외자유치가 가능한 업체에 대해서까지 빅딜을 강요해 국민경제적 득실 논란을 빚을 소지도 있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정책운영상 문제점을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권위가 무너져서는 안된다고 집착하면 할수록 잘못 잠근 단추를 영영 풀지 못할 우려가 있다. 정부는 또 민간 경제주체들에 이래라 저래라 요구만 해서는 안된다. 적절한 유인책(인센티브)을 개발해 시장이 스스로 정책에 호응하도록 하는 노력이 더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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