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런 재보선은 안된다

  • 입력 1999년 3월 29일 19시 06분


서울 구로을구, 경기 시흥의 국회의원 재보선 및 경기 안양시장 보선의 선거 운동기간이 지나고 투표일을 맞았다. 해당 지역의 유권자들은 투표에 참여해 빠짐없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선거인의 권리를 포기하면 그만큼 자신의 의사와는 다른 정치나 행정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

유권자의 입장에서 최선의 후보가 없으면 차선, 아니면 비교적 덜 나쁜 차악(次惡)의 후보에게라도 표를 던져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 낮은 투표율로는 민주주의를 성취할수 없다.

이번 재보선 운동 역시 후보간의 지나친 경쟁으로 과열 혼탁 불법양상이 되풀이되고 말았다. 여야 정당들은 각기 자당후보 지원을 위해 국회도 뒷전으로 미뤄두고 당력을 기울여 가며 싸웠다. 총재 총재대행부터 국회의원들에 이르기까지 재보선 지역의 골목을 비집고 다니는가 하면 중앙당에서는 연일 대변인 등을 내세워 성명전을 펼쳤다.

결과적으로 정당이 과열 혼탁을 주도함으로써 ‘변하지 않은 곳은 역시 정치권’이라는 지탄을 받게 됐다. 국정 전반과는 거리가 먼, 1년여 임기의 국회의원을 뽑고, 한 지역의 시장을 새로 뽑는 것에 불과한데도 마치 ‘정권대결의 전초전’이요, 내년 총선의 오픈게임이라는 식의 확전을 서슴지 않았다. 경제난에 시달리는 국민에 등돌리고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자존심 경쟁에만 급급해 하는 자세가 아닐 수 없다.

금품살포 인신공격 흑색선전 관권개입 시비같은 구태(舊態)가 되풀이 된 데 대해서도 국민은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 투표전날까지 3개 재보선 지역에서 고발 8건, 수사의뢰 7건, 경고 11건 등 공식적으로 적발된 불법선거운동 사례만 26건이 넘었다. 그나마 이처럼 공식화된 불법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서울시 공무원들이 시흥선거구 연고자명단을 만들어 특정후보측에 넘겨주었다 해서 관권시비가 일고, 이를 즉각 공개하지 않아 은폐의혹을 산 안양시 동안구 선관위의 사무국장이 ‘업무배제’조처를 당하는 것을 지켜 보면서 아직도 선거문화와 선거관리가 이 수준인가 하는 개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재보선이 예외없이 혼탁과열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땜질선거’에 걸맞지 않은 국가적 낭비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검토할 것을 제의한다. 정치적으로 앞선 나라들의 제도를 비교 분석해 가면서, 임기가 얼마 남지않은 경우에는 재보선을 치르지 않는 것까지를 포함해 제도 보완책을 강구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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