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인터뷰] 상계어머니학교 교장 최광기

  • 입력 1999년 3월 29일 19시 32분


지역여성공동체인 상계어머니학교 최광기(崔光基·30·여)교장이 소외된 여성들을 위한 활동을 시작한 것은 대학교 3학년 때인 90년. 당시 빈민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서울 노원구에 있는 빈민지역에 자원봉사활동을 나갔다가 그곳 여성들의 ‘사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당시 이곳의 많은 주부들은 경제적으로 빈곤한 것은 둘째치고 우선 자신이 주체가 된 삶을 살아가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들에게 자신감을 되찾아 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육이 절실하다고 느낀 최교장과 동료들은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글과 산수 등 기초교육을 실시하는 상계어머니학교를 세웠다.

“학교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주부들이 한 노력은 정말 눈물겹습니다. 졸업 입학철에는 교사와 주부학생들이 학교를 찾아다니며 꽃과 음료수를 팔기도 했어요.”

상계어머니학교에서는 기초교육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내용이나 꼭 알아야 할 분야에 대해 무료 기획강좌를 자주 개최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시대로 어려워진 가정 경제에 도움을 주기 위해 지난해에는 경제문제에 대한 강좌를 주로 열었다.

97년 2월에는 부동산전문가를 초빙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대해 두차례에 걸쳐 공개강의도 열었다.

“처음에는 부끄러워서 고개도 제대로 못들던 주부들이 교육을 받기 시작하면서 학부모 모임에도 나가는 등 자신감을 갖기 시작하더군요.”

최교장은 “교육을 통해 주부들이 자아를 발견하게 되면서 삶을 대하는 자세가 크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역시 한사람의 주부인 최교장이 지역여성운동에 몰두할 수 있는 것은 동지이자 남편인 안호성(安護性·29·회사원)씨의 이해와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안씨 역시 서울 도봉구내 젊은 직장인 모임인 ‘도봉푸른청년회’의 교육부장을 맡아 지역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여성 문제도 기반이 튼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부들이 일상 생활에서 스스로 지역사회의 주역이라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면 우리의 노력은 절반은 성공한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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