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의학정보전문사이트 ‘유레카러트’에 따르면 최근 미국 뉴욕대의대 실비아 리후앙교수팀과 미국립보건원(NIH) 연구팀은 “에이즈바이러스(HIV)에 감염된 세포를 죽이는 강력한 ‘항―HIV’ 물질은 임신부의 소변에 들어있는 호르몬 자체가 아니라 호르몬에 붙어있는 효소 ‘리소자임’과 ‘리보뉴클레아제’임을 밝혀냈다”고 미국국립과학원 학술지 최신호에 발표했다.이들 팀은 “임신 중에는 이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해 소변이나 눈물에 들어있는 효소의 양도 증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제까지 학계에선 임신하면 생기는 호르몬인 HCG(human chorionic gonadotropin)가 치료물질로 알려져 왔다.실험결과 HCG가 HIV에 감염된 면역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에이즈환자의 ‘카포시 육종(肉腫)’ 크기도 감소시켰기 때문. 또 HCG의 분비가 급증하는 임신 초기에는 에이즈에 전염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이러한 가설을 뒷받침해왔다.
★리후앙교수팀의 연구★
임신부의 소변에서 추출해 ‘정제한’ HCG를 HIV감염세포에 투여한 결과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이 호르몬 자체가 HIV를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고 호르몬을 분자 단위로 ‘쪼개어’ 조사했다.
그 결과 호르몬의 구성 분자인 ‘베타 서브유니트(beta subunit)’에 달라 붙어 HIV를 억제하는 새로운 효소 성분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이 물질이 일반인의 눈물 침 소변 등에 들어있는 리소자임과 리보뉴클레아제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규명해냈다.
리후앙교수는 “임신과 관련된 호르몬에 이런 효소가 많이 붙어 있다는 사실은 자연의 신비로움의 하나”라며 “태아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일 것”으로 풀이했다.
★어떻게 작용하나★
리소자임은 22년 페니실린을 개발한 플레밍에 의해 최초로 발견됐다. 이 효소는 바이러스의 외부막을 파괴해 바이러스활동을 억제한다. 리후앙교수는 “리소자임이 HIV의 외부막을 파괴하면 리보뉴클레아제는 HIV의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RNA를 공격해 재생산을 억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어떻게 이용될 수 있나★
리후앙교수는 “임신부의 소변 뿐 아니라 눈물 침 등에서 에이즈 치료를 위한 ‘재료’를 충분히 얻을 수 있게 됐다”며 “모유 백혈구 달걀흰자에도 리소자임이 풍부하고 암소의 췌장에서도 리보뉴클레아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효소들은 인체에서 생성되기 때문에 투여됐을 때 부작용이 적다”며 “먹는 약의 경우 단백질인 효소가 위에서 파괴되지 않고 세포까지 전달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움말〓연세대 미생물학과 이원영교수)
〈정리〓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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