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가 ‘누비라로 힘차게 왕복할 것인가/아, 반대로 힘없이 왕복할 것인가’라는 광고를 내보낸 지난달 30일 현대자동차 직원들은 할 말을 잃었다는 표정이었다.
“아반떼만큼은 경쟁사들이 절대로 이름을 갖고 장난칠 수 없을 줄 알았는데…”라는 반응.
일부 직원들은 “우리도 맞대응 하자”며 ‘누비라는 누빈 차’ ‘파워노믹스(Powernomics)는 파워 노(No) 믹스’ 등의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소비자보호원의 두성규(杜成奎·38)선임연구원은 “비교광고를 하려면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에 도움이 되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비교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트집잡기식 이름 비판 광고행태를 비판했다.
경쟁사의 자동차 이름에 대한 공격은 자동차업계에서 종종 있어온 일. 영업사원들은 경쟁차종을 깎아내리는 말을 만들어 영업에 활용하곤 한다.
대우의 르망은 ‘앞에서 보면 실망, 뒤에서 보면 절망, 옆에서 보면 사망’이라고 공격받았다. 현대 쏘나타는 소나타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가 ‘소나 타는 차’로 공격받자 ‘소’를 ‘쏘’로 고쳤다. 엑센트 역시 처음에는 액센트였지만 ‘액’자가 ‘액운(厄運)’을 상기시킨다는 지적에 철자법까지 무시해가며 ‘엑’으로 수정.
이밖에 기아는 영문이름이 ‘전사자(Killed In Action)’의 이니셜이어서 해외에서 곤란을 겪기도 했다.
자동차업체들은 이름의 중요성 때문에 아예 수백개씩의 이름을 미리 특허청에 등록해두고 있을 정도.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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