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랑스 등의 지식인을 중심으로 북한의 기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조직을 만들자는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는 피에르 리굴로(55). ‘프랑스 사회역사 평론’ 편집장인 리굴로는 31일 동아일보와의 회견에서 “인류는 당장 북한의 기아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북한의기아문제를해결하기 위한 국제회의를 열자고 촉구한 프랑스 지식인 21명의 선언을 주도했다.
“작년 12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탈북자 강철환(姜哲煥·31)씨를 만나 북한의 참상을 듣고 이 시대 지식인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지식인이 나서서 일반 국민을 깨워 일으켜야 한다고 결심했다.”
리굴로 편집장은 프랑스의 학계 언론계 인권운동계 등의 지인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공산주의 역사가로서 오래 전부터 북한을 연구해온 그의 아이디어에 많은 지식인들이 동참해 ‘북한 선언’이 만들어졌다.
―북한 선언을 뿌리깊은 프랑스 지식인의 사회참여(앙가주망)의 하나로 볼 수 있는가.
“프랑스에는 지식인들이 국제적 현실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죄악이라는 전통적 사고방식이 있다. 프랑스 지식인들이 70년대 구소련의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등 반체제 인사를 위해, 78년 베트남의 보트피플을 위해, 오늘날 칠레의 독재자였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단죄를 위해 일어선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가 한국인에게 던지는 질문은 통렬하다. “몇십년 뒤 당신의 손자가 ‘북한의 기근과 인권침해 상황을 알고 있었느냐’ ‘그 극심한 재난을 보면서 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하겠느냐”는 것이다.
리굴로 편집장은 프랑스 역사학자 12명이 공산주의의 공과(功過)를 파헤친 ‘공산주의 흑서’(97년 발행) 중 북한편을 집필했다. 그는 이 책에서 전쟁 숙청 강제수용 등 공산체제 특유의 탄압으로 대략 3백만명의 북한주민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공산주의 흑서는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50만부 이상이 팔렸다.
―북한을 지원할 구체적 계획이 있는가.
“우리는 북한문제가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차원의 문제라는 점을 알리려고 한다. 북한선언은 세계인을 향해 북한의 기아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지식인은 현실의 문제를 파악해 알리고 실제 행동은 대중이 해야 한다. 북한의 실상을 밝히면서 효과적인 지원이 될 수 있도록 몇달 내로 구체적 행동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국의 지식인 70명도 19일 프랑스 지식인의 선언에 호응해 ‘북한주민의 인권보장과 탈북난민 보호를 위한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31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리굴로 편집장을 초청해 프랑스쪽 상황을 청취한 뒤 김병수(金炳洙)연세대총장 김상철(金尙哲)변호사 등 12명으로 ‘북한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회의’ 개최 조직위를 구성했다. 조직위는 프랑스측과 협의해 7월초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국제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방형남기자〉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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