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임채청/YS의 「안방 정치示威」

  • 입력 1999년 3월 31일 19시 16분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안방정치’를 계속하고 있다. 그동안 자신이 공천을 했거나 자신에게 ‘신세’를 진 한나라당 의원들을 그룹별로 상도동으로 불러 모임을 가졌던 김전대통령이 1일부터는 전직 청와대비서관과 각료들을 불러들이겠다는 것이다.

전직대통령이라고 해서 가까운 사람들과 만나 식사를 하고 등산하는 게 문제될 것은 없다. 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것도 ‘개인의 자유’에 속한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심하게는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전대통령의 이른바 ‘안방정치’가 왠지 ‘원로정치인’으로서의 금도마저 저버린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마치 ‘정치적 시위’나 ‘게임’을 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 게 사실이다.

김전대통령이 ‘안방정치’를 시작할 무렵은 그의 ‘환란(換亂)청문회’ 출석여부가 정치적 쟁점이 되던 때였다. 자신의 재임 중엔 서슬이 시퍼렇게 두 전직대통령을 구속하기도 했던 그는 결국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그리고 김전대통령이 구여권 정치인들과 만날 때마다 ‘전언(傳言)’ 형태로 현 정부에 대한 원색적인 비판이 흘러나왔다. 이 또한 당당하지 못하다. 할 말이 있으면 당당하게 하는 게 옳다. 자신의 재임 중 업적에 대해서까지 언급하는 것은 더더욱 보기에 민망하다. 오죽했으면 한 측근조차 “전직대통령의 공과(功過)는 역사가 심판해야지 당사자가 입을 열어서는 안된다”고 충고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같은 김전대통령의 ‘정치적 시위’는 다른 한편으로 현 여권이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여권 인사들은 시도 때도 없이 ‘민주연합론’ ‘지역연대론’ 등을 제기함으로써 김전대통령측의 기대를 부풀게 하고 때로는 불필요하게 심기를 언짢게 하지나 않았는지 한번 되돌아 볼 일이다.

임채청<정치부>cc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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