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의 교외. 도둑질 한 탕을 끝낸뒤 번잡한 도시를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건달들의 대사는 ‘질주’의주인공인 이들의 성격을 대변해준다.
‘미친 듯 집으로 달려가는 저들’의 소유물은 부러워하지만 그들처럼 살기는 싫은 10대들. 차를 갖기 위해 땀흘려 일하기보다 훔치는 방법을 선택한 아이들. ‘질주’는 이들의 일탈과 좌절을 강렬한 음악에 실어 형상화했다.
도둑질을 일삼고 마약을 흡입하며 냉소적인 아이들이지만 사회 역시 이들을 비웃고 배척한다. 모욕적인 불심검문을 일삼는 경찰, 아이들이 버림받듯 죽어가는 장면 등을 통해 스페인의 간판감독 카를로스 사우라는 이들이 사회의 적이 아니라 피해자일 수도 있음을 말하고 있다.
81년 독일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 젊은이들의 충격적인 일탈로 개봉 당시 스페인에서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영화다. 그러나 너무 늦게 찾아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미 ‘트레인스포팅’ ‘증오’ ‘나쁜 영화’를 봐버린 관객의 눈에 이 영화속 젊은이들의 방황과 질주는 맹숭맹숭하게 비쳐진다. 3일 개봉.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