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바로워즈」,현대판「걸리버 여행기」

  • 입력 1999년 3월 31일 19시 16분


제목만으로는 무슨 영화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바로워즈(Borrowers·빌려쓰는 사람들)’.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 적당하고 오락성도 충분한 가족용 영화다.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국(小人國)주민들처럼 손가락 크기만한 사람들의 신나는 모험이 펼쳐진다.

마루밑에 살면서 필요한 물건들을 ‘정상적’인 사람들로부터 빌려쓰는 바로워즈. 이들에게 부엌의 선반과 냉장고는 아슬아슬한 모험의 공간이다.

집을 빼앗으려는 응큼한 변호사 포터(존 굿맨 분)의 계략에 맞서 싸우다 우유병속에 빠지고 백열등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등 온갖 고생을 겪게 된다.

운송수단으로 쓰이는 줄자, 무기인 성냥개비, 횃불로 쓰이는 타다 만 생일초…. 평범한 물건들이 바로워즈에겐 어떻게 요긴하게 쓰이는지를 보면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저 물건이 원래는 뭐였을까’ 추측해보는 잔재미도 쏠쏠하다.

바로워즈와 ‘정상적’인 사람을 배경과 함께 자연스럽게 합성한 컴퓨터 특수효과가 영화속에 매끈하게 녹아들었다.

흰색과 파란색을 쓰지 않고 만든, 바랜 듯한 화면은 동화속 이야기같은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연출해낸다. 단, 소음으로 느껴질 정도인 ‘음악 과잉’은 흠. 연출은 ‘엑설런트 어드벤처2’를 만든 영국감독 피터 휴위트가 맡았다. 3일 개봉.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