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경선이라는 여류조각가가 현직 부장검사를 납치해 고문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남루한 와이셔츠 차림의 황시영 검사는 짙은 선글라스를 쓴 경선에게 줄곧 “어서 말하라”는 영문모를 질문을 받는다. 황시영이 경선을 성폭행한 삼촌이고 경선의 여동생마저 ‘건드려’ 죽음으로 몰고갔음이 수차례 반전을 통해 드러난다.
2인극이 자아내는 팽팽한 긴장감과 치열한 심리전. 여기에 전기고문용 스파크 등 소도구까지 나와 연극은 성폭행을 둘러싼 한 여자의 ‘복수혈전’으로 쏠리는 듯 하다.
그러나 여기서 근친상간은 비뚤어진 권력의 횡포를 상징한다. 왜곡된 권력에 의해 민중의 삶이 유린당하고 ‘오늘’까지의 세상이 뒤틀렸으므로 이는 청산되어야 한다는 주제. 검사 역의 최정우는 이만희와의 10년 호흡을 과시하듯 능숙한 연기로 관객의 시선에 화답한다.
대학로소극장(서울 종로구 동숭동). 화수목 7시반, 토일공휴일 4시 7시(월 공연 쉼)02―3443―1010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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