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벌려면 인터넷 대륙을 정복하라.”
세기말 세계 비즈니스의 황제는 단연 ‘인터넷’이다. 인터넷의 모체인 미국 군사통신망 ‘알파넷’이 세상에 등장한 지 만 30년. 93년 인터넷에 ‘월드와이드웹(www)’이 처음 등장하고 무명의 대학원생인 마크 앤드리슨(27·넷스케이프부사장)이 인터넷정보 검색프로그램 ‘모자이크’를 개발한지 겨우 6년만에 이제 어느 기업이든지 인터넷의 사이버 신대륙을 무시하고서는 21세기에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인터넷은 초기에 전자우편이나 정보를 주고 받는데서 벗어나 광속(光速)으로 정보를 실어 나르는 비즈니스의 고속도로로 진화했다.
미국 뉴욕 월가에서 한창 잘 나가던 헤지펀드 매니저 제프 베조스(35)는 95년 7월 ‘인터넷이 매년 23배씩 성장한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뒤 미련없이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그는 집 창고에서 아마존이란 회사를 차리고 인터넷으로 책 주문을 받았다. 서점 하나 갖지 않은 아마존의 작년 매출액은 6억1천만달러. 이 회사 주식의 시가총액은 무려 1백70억달러로 베조스가 컴퓨터를 사고 인터넷회선을 임대하는데 쓴 1만달러와는 비교가 안된다. 이 바람에 ‘반스 앤드 노블’ ‘보더스’같은 미국의 전통있는 대형서점들은 경영전략을 전면 수정했지만 이미 세계 네티즌의 뇌리에 각인된 아마존을 꺾기에는 역부족이다.
야후도 마찬가지. 중국계 미국인 제리 양(30)과 데이비드 필로(33)는 스탠퍼드대 박사논문을 쓰기 위해 꼼꼼히 정리해놓은 인터넷 검색정보 사이트 하나를 가지고 일약 억만장자로 떠올랐다. 자본주의 논리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이들에게는 공장이나 토지, 대자본 중 하나도 갖춘게 없었다. 남보다 앞선 아이디어와 컴퓨터실력이 전부다.
골드뱅크커뮤니케이션즈의 김진호(金鎭浩·30)사장. 그는 경희대 운동권 출신으로 대학 졸업 후 서울 강동구청장 비서로 활동하며 한때 정치 입문의 꿈을 키웠다. 그 역시 우연히 97년 1월 동아일보에 보도된 ‘인터넷에서 광고를 보면 돈을 줍니다’는 미국 사이버골드 기사를 보고 인터넷 사업에 겁없이 뛰어들었다. 골드뱅크는 인터넷 전자상거래까지 사업을 확장해 현재 35만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창업 당시 4명인 임직원수는 50명을 넘어섰다. 최근 유럽계 펀드인 라시인베스트먼트에서 1천만달러의 외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한 김사장은 올해 자본금 5백억원 규모의 사이버증권사를 설립할 계획.
미 상무부가 최근 발간한 ‘떠오르는 디지털경제’에 따르면 세계 인터넷이용자수는 내년까지 5억명으로 늘어나고 2002년에는 인터넷 상거래 규모가 3천4백90억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5천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는데 라디오는 38년, PC 16년, TV는 13년인데 비해 인터넷은 불과 4년이 걸렸다고 이 책은 분석했다. 그 만큼 인터넷의 팽창속도는 위력적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최근 창업한 기업의 60%가 인터넷 관련 회사이며 세계 주식시장에서도 인터넷 기업들이 주도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미국의 골드러시를 방불케하는 인터넷 비즈니스 세계. 인터넷 관련업계와 전문가들은 “인터넷은 아직도 무궁무진한 사업거리가 넘쳐나는 황금의 땅”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지금 극적인 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짐 클라크 넷스케이프회장의 말처럼 21세기 기업의 흥망이 세계 최대의 통신망인 인터넷에 달렸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