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혁명 ③]안방서 美대학 학위 딴다

  • 입력 1999년 4월 2일 19시 13분


모토로라코리아 권영구(權寧九·37)과장은 일주일에 한 번씩 미국의 사이버대학 NTU에서 위성통신으로 보내주는 강의를 듣는다. 회사에 설치된 위성수신기를 TV에 연결하면 미국 현지에서 강의하는 교수의 모습이 보인다.

그는 97년 NTU의 컴퓨터공학 석사과정에 등록해 5학기째 강의를 듣고 있다. 입학한 지 5년 이내에 30학점을 취득하면 졸업장을 딸 수 있다. 수업은 위성강의와 NTU에서 보내주는 비디오테이프로 진행되지만 과제물 제출이나 강의에 대한 질문, 수강신청 등은 인터넷으로 이뤄진다.

권과장은 “수강료가 과목당 3백만원으로 약간 비싸지만 한국에서 직장에 다니면서 미국의 대학원 과정을 밟을 수 있고 수업내용도 충실하다”며 만족해하고 있다.

인터넷이 지구촌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굳이 외국으로 유학가지 않아도 외국 대학의 졸업장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아직 인터넷으로 영상수업을 하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않았고 ‘영어’라는 언어장벽 때문에 외국 대학에 등록하는 사례가 많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조만간 전세계적으로 사이버 유학붐이 불어닥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터넷 대학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미국 피닉스대. 애리조나주 사막도시인 피닉스에 건물 두 동밖에 없는 조그마한 대학이지만 21개국 4천여명의 학생이 사이버공간을 통해 수업을 받는다. 교수 1명에 평균 9명의 학생이 인터넷 교실에서 토론식으로 수업하고 전자우편과 전자게시판을 통해 강의에서 모자란 부분을 보충한다.

리포트는 E메일로 제출하고 시험도 인터넷에서 치른다. 대부분의 학생이 대학 캠퍼스를 한 번도 와보지 않은 상태에서 졸업한다. 그래도 최근 졸업생의 80%가 “학교생활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얼굴을 보지 않고 수업하지만 사이버공간에서는 누구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토론에 적극 참여할 용기가 생긴다는 것.

테리 헤디가드 피닉스대 부총장은 “온라인 캠퍼스에는 승진이나 창업을 노리는 기업체 중간 관리자들이 주로 입학한다”며 “직장인에게 새로운 도전과 변화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미국 대학은 이미 5%가 온라인 캠퍼스를 열었고 20%는 사이버 대학을 준비하고 있다. NTU도 미국내 40여개 대학이 참여한 컨소시엄으로 대학마다 공학분야의 자신있는 강좌를 모아 만든 사이버대학.

국내에도 지난해부터 사이버대학 열풍이 불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초 선정한 15개 기관 65개 대학이 2000년초까지 사이버대학 시범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 단독으로 사이버강좌를 개설하거나 여러 대학이 컨소시엄 형태로 사이버대학을 운영해 재학생이 다른 대학 교수의 강좌를 듣고 학점을 따는 것도 가능해졌다.

일부 교수들은 대면(對面)수업을 하지 않고 인터넷에 수업내용을 올려 수강신청부터 연락사항 질의응답 과제물까지 ‘사이버’로만 강좌를 진행하기도 한다. 학기말 시험을 칠 때 겨우 교수와 동료 학생들의 얼굴을 볼 수 있을 정도. 출석은 인터넷에 접속한 건수로 자동 점검된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고 나이제한을 파괴한 사이버대학 앞에서 교육시장의 개방을 논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 돼 버렸다. 건물을 지을 필요도, 교수를 파견할 이유도 없어졌고 그나라 교육제도에 얽매일 일도 없기 때문이다.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깔린 통신망을 통해 해외 명문대학들은 이미 유학 지망생들을 손짓하고 있다.

국경을 초월해 사이버 캠퍼스를 개방하는 인터넷대학들이 무한경쟁시대를 맞고 있다.

〈김학진기자〉jea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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