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양기대/파행國會 언제까지…

  • 입력 1999년 4월 2일 19시 30분


여야는 2일 ‘파행국회’을 막기 위해 제202회 임시국회의 막바지 의사일정을 절충했으나 정치현안에 대한 의견 차로 최종합의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여야간 불신의 골이 워낙 깊어 매사가 이런 식이다.

이 때문에 국민사이에는 ‘놀고 먹는 국회’ ‘싸움질만 하는 국회’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들끓는 상태다. 심지어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국회해산과 의원임기 단축 등 극한 처방까지 들먹이는 형편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일차적으로 여야지도부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파행국회의 근원에는 한나라당 서상목(徐相穆)의원 체포동의안 문제가 깔려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대법관까지 지낸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서의원에 대한 불구속처리만 강조할 뿐 설득력있는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서의원 껴안기 모습만 보이고 있다. 그래서 당내에서조차 이총재가 자기살을 도려내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여권도 서의원 문제를 정면돌파해 ‘과거’를 정리해야 하는 데도 대야(對野) 엄포용으로만 활용하는 모습이다. 공동여당 내 사정이나 대야관계 등을 고려해 정면돌파가 어렵다면 과감히 불구속처리하고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오히려 적극적이고 솔직한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여야 간 대화채널부재도 문제다. 국민회의측은 “앞으로 여야 중진간 비공식 대화채널을 활용하겠다”고 하나 시급한 것은 총무회담 등 공식채널의 복원이다. 이유야 어떻든 감정싸움 끝에 만나지조차 않는다면 그 책임은 여야 지도부가 져야 한다.

여야 지도부에는 아무래도 국민이 소리없이 외치는 분노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하다. 서로 내가 옳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잃은지 오래다. 지금은 누가 누구를 일방적으로 규탄하는 것으로 날을 지샐 때가 아니다.

양기대<정치부>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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