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부부인 홍성수(36·LG상사 프로젝트팀 과장) 이신애씨(주부). 고려대와 상명여대(현 상명대) 2학년 때 미팅으로 만나 88년 결혼해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강촌마을 한신아파트에 산다. 37평형으로 방 3개. 이 가정의 ‘밀레니엄 키드’는 정발초등학교 2학년4반 7번 창민군(8)과 다솜유치원 장미반 재완군(6). 이 부부는 학과공부나 스포츠 등을 제외하고 자녀교육의 초점을 어디에 맞추고 있을까.
▽소크라테스식 질문공세〓아이가 거짓말한다고 생각돼도 다그치지 않는다. 대신 20분 간격으로 같은 내용을 형식만 바꿔 계속 물어본다. ‘실토’해도 아이의 자존심이 덜 구겨지기 때문. 다음은 어머니와 재완이의 최근 대화. “이 시계 어디서 났니?” “유치원에서 줬어요.” “분홍색이네. 여자친구 것이니?” “문방구에서 샀어.” “선생님이 사주셨니?” “내가 샀어.” “여자친구 것을 샀구나.” “응.” “말 안하고 잠깐 빌려왔지?” “응.” “내일 돌려주고 다음부턴 꼭 미리 얘기하고 빌려야 돼.” “알았어.”.
▽대화식 일기〓일기쓰기는 창민의 숙제. 어머니 이씨는 여기에 ‘대화법’을 도입했다. 일기 밑에 어머니가 궁금한 점을 적는 것. 아이가 답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논리와 문장력이 는다. 다음은 3월13일자 일기의 일부. ‘…게임오락을 하고 자전거를 타는데 동생이 교통사고를 당할 뻔했다. 동생이 밉다’(창민) ‘동생이 교통사고를 당할 뻔했는데 왜 미운생각이 들었니?’(어머니) ‘동생 때문에 생활비가 다 없어질까봐 그렇게 생각한다’ (창민)
▽협상의 귀재로〓형제의 침대는 더블침대. “잘 때 몸 어딘가가 서로 붙어있게 된다. 정이 드는 것이다.” (아버지) 형제끼리 싸울 땐 ‘판결’을 내리지 않는다. 한방에 가둬놓고 노터치. 울고불고하다가 1시간쯤 지나면 웃는 얼굴로 나온다. 아이들은 ‘챙길 건 챙기고 줄 건 주는’ 협상능력을 키운다. 해결이 안되면 나올 수 없다.
▽맘마보단 식사를〓어려서부터 ‘맘마’ ‘엄마’ ‘찌찌’ 등 유아용 단어는 가르치지 않았다. ‘어머니’ ‘아버지’ ‘식사’ 등으로 정확히 알려준다. 유아의 언어로는 유아적 사고방식밖에 기를 수 없다고 믿는다.
▽시간은 돈〓유치원때부터 생일이건 크리스마스건 ‘기념일’선물은 시계.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디자인을 골라 시간에 흥미를 갖도록 한다. 1분이라도 약속시간에늦으면 반드시페널티를준다.
▽기타〓△아이가 어떤 사안에서 남의 아이 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면 부모가 산책을 나가거나 아이들을 놀러 보낸다 △부부싸움의 경우 고부갈등으로 빚어진 것을 제외하고는 발발이유를 아이에게 설명하고 판단케 한다 △‘아이가 거부할 때까지 계속 안아주자’ (아버지) ‘초등학생부턴 부모의 품을 벗어나야 한다’ (어머니)는 게 육아에 관한 유일한 이견.
〈이승재기자〉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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