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에 대한 나토의 공습도 실질적으로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는 이라크 폭격에 이어 임기중 두번째 전쟁이다. 클린턴도 그만큼 결단력이 있는 대통령의 반열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가 성실한 리더인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미국 언론에서 나왔다. 미 유력지 워싱턴포스트의 한 칼럼은 클린턴이 지난달 29일 오전 안보장관 회의를 주재한 뒤 골프를 쳤다며 비판했다.
▽‘영국의 양심’ BBC방송은 3일 코소보 알바니아계 주민들이 참혹하게 학살당한 모습을 TV화면으로 내보냈다. 하필 클린턴이 골프를 즐긴 직후였다. 세르비아 경찰과 민병대가 자행한 ‘인종청소’범죄를 역사적 증거로 남기기 위해 알바니아계 비디오업자가 목숨을 걸고 몰래 촬영한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 판국에 평소와 별 다름없이 골프채를 휘두른다면 비난이 나올 만하다.
▽미국은 1,2차세계대전을 포함해 거의 모두 남의 나라에서 전쟁을 수행해 왔다. 실패해도 위신이 손상당할지언정 국가존립을 위협받은 일은 있어 본 적이 없다. 전쟁을 실제로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고통을 알기 어려울 것이다. 전쟁론의 대가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도 정치행위라고 했다. 클린턴이야말로 전쟁을 보통의 정치행위정도로 생각하는 것일까.
김재홍〈논설위원〉nieman9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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