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편법」선거 진상규명­문책하라

  • 입력 1999년 4월 5일 19시 59분


3월30일의 서울 구로을 국회의원 재선거와 경기 안양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회의가 편법성 ‘당원 늘리기’를 통해 현지 유권자 2만여명을 끌어들였다는 보도다. 국민회의는 현행 선거법상의 선거운동 기간 중 당원모집 금지 규정을 피해 동(洞)마다 ‘교육특위’ ‘정치개혁특위’ 하는 식으로 10여개 분야 특위위원을 임명, 사실상 당원화함으로써 득표에 이용했다는 보도다.

야당은 국민회의의 특위위원 위촉이 “선거법망을 피하기 위한 교묘하고 악랄한 수법이며 전국민의 국민회의화 및 전국적인 특위위원화가 우려된다”고 주장, 당내에 부정선거조사특위를 구성하고 국회내 투쟁을 벼르는 등 정치쟁점화하고 나섰다. 물론 국민회의측은 “지역구의 정당별 특위는 오래 전부터 여야 모두에 있고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 야당 때의 특위를 활성화한 것일 뿐”이라고 반론을 펴고 있다.

그러나 전후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국민회의측의 반론은 군색해 보인다. ‘국민의 정부’를 자임하고, 사상 첫 정권교체를 이루었다고 자부하는 집권정당이 스스로의 긍지와 도덕적 기반을 훼손하면서까지 일개 지역선거의 당선만을 위해 편법 탈법을 가리지 않은데 대해 비난을 모면할 수 없을것 같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 문책이 있어야 한다.

국민회의의 핵심인사들은 야당시절 “군사정권의 가장 심각한 폐해가 바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승부태도”라고 비난했다. 그래서 군인들이 아닌, 민간 정치인들이 집권해야 하고 그래야 적법 절차를 존중하는 선거와 참된 민주주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비전을 강조했었다. 과연 야당의 서러움을 경험하고 군화(軍靴)와 최루탄에 맞서 민주주의를 거리에서 외치던 그들이 집권해 치르는 선거가 이런 편법 탈법적 ‘당원부풀리기’라는 말인가.

그들은 과거 야당인 신민당 평민당 소속으로 선거를 치르면서 민정당 등 여당의 선거철 ‘입당원서’받아내기 작전에 치를 떨었었다. 돈을 주고 표를 산다느니, 여당조직을 국민의 세금으로 급조한다느니 해서 분통을 터뜨리곤 했다. 그러다 정작 정권을 잡고 보니 이제는 입당원서라도 받아 득표를 늘리고 싶고, 그것이 법적으로 안되니까 특위위원을 끌어들이는 식이다.

이번 재보선에서의 과오와 실책을 통해 국민회의측은 스스로의 정체성(正體性)과 도덕적 터전을 살피고, 초심(初心)이 무엇이었는지를 확인하기 바란다. 당내 일부 소장 양심인사들의 자성의 소리도 인정하고 귀기울여야 한다. 집권의 위력으로, 돈과 힘으로 싸우는 선거는 이 정권에서 종지부를 찍어야한다. 정치개혁을 내걸고, 개혁정권을 지향한다는 간판에 상응하는 실천을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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