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지지 받는 대북지원인가?

  • 입력 1999년 4월 6일 19시 22분


대한적십자사가 북한에 주는 비료 5천t을 운송한 셀파호가 남포항에서 하역을 끝내고 6일 여수항에 돌아온 데 이어 2차지원분 5천t을 실은 광양3호가 7일 출항한다. 또 3차지원분 5천t이 10일 떠날 예정이다. 올해 북한에 지원될 비료는 정부의 남북협력기금으로 5만t, 한적의 민간모금에 의한 5만t 등 모두 10만t이다. 3백억원 이상의 돈이 들어가는 지원이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한측이 요청도 하지 않았는데 정부가 ‘인도주의’라는 명분하에 짝사랑하는 것처럼 일방적 선심으로 비료를 보내고 있다는 비판이 정부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북한이 어떤 경로든 지원요청을 해온 뒤 정부가 적십자나 당국간 회담을 통해 비료제공 절차 등을 협의해서 보내는 것이 순리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데도 북한은 거꾸로 남한의 대북지원 창구가 다원화하는 것에 대해 남측 정부가 민심을 사려는 선전목적이라고 비난만 했다.

그런 북한에 대해 정부는 일관된 포용정책을 내세워 여러가지 지원 품목을 제시하고 있는 형국이다. 비료 이외에도 한국전력의 장영식(張榮植)사장은 평양에 1백만㎾ 용량의 화력발전소를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발전소는 중요한 국가기간 시설이므로 인도주의 차원의 비료지원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러므로 정부 관련부처와 국민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최종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통일부는 이에 대해 사전 협의한 바 없다고 했다. 그렇게 중요한 대북사업에 대한 정부 부처간 혼선도 작은 문제가 아니다.

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3월말 산업자원부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중소기업들의 유휴시설을 북한에 이전하라고 당부했다. 유휴시설을 북한에 보내 가동시킨다면 그것이야말로 상호보완적 경제협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측이 아무런 의사표시도 호응도 해오지 않는 판에 어떻게 줄 수가 있겠는가.

비료지원의 경우 정작 화급히 뛰어야 할 북한당국은 콧대를 높이 세우고 있는데 반해 북한 농촌의 파종기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걱정을 남한 정부가 대신해주고 있다. 한적이 3월15일부터 시작한 대북비료지원을 위한 모금액은 3주가 지난 지금 겨우 2억2천여만원으로 예상수준에 크게 못미친다. 국민성금으로는 어림도 없는 비료값을 정부가 보증해서 외상으로 사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돕기 국민모금이 부진한 것은 대북지원 정책이 국민여론 위에 바탕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게 아닌가. 이른바 ‘햇볕정책’이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하더라도 국민의 정서와 동떨어져 있다면 뭔가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과연 정부의 대북정책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진지하게 검토해 볼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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