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미스터/건강]주사, 햇빛만 쬐면 금세 화끈

  • 입력 1999년 4월 6일 19시 49분


남들 앞에만 서면 ‘홍당무’가 되는 D사의 홍대리(32·서울 강남구 일원동). 최근엔 불그스름해진 코 때문에 ‘술 한잔 했느냐’는 말까지 듣는다. 장모 주부(34·서울 도봉구 쌍문동)는 햇빛만 쪼이면 얼굴이 금세 달아올라 외출을 꺼린다. 게다가 밝은 곳에선 볼의 실핏줄이 더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

얼굴에 늘 홍조를 띠는 ‘주사’. 자외선이 강해지는 봄철엔 심해지는 데다 붉은 핏줄이 더 선명해 보인다. 주사는 특정 자극에 얼굴이 잠깐 붉어지는 ‘얼굴홍조증’이 악화된 상태로 심하면 늘어난 실핏줄을 ‘맨 눈’으로도 볼 수 있는 ‘모세혈관확장증’이 된다.

★성인의 여드름★

전체 인구의 2%가 주사에 시달린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흔하다. 볼 코 이마 등 얼굴 중앙에 주로 생긴다. 피부 노화가 시작되는 20대 이후에 많아 미국에선 ‘성인의 여드름’으로도불린다.

남성의 경우 코에 주로 생기지만 여성은 볼부터 붉어진다. 이전에는 술을 많이 마셔 ‘딸기코(주사비)’가 된다고 여겼지만 실제로 술은 증상을 악화시키는 한 요인일 뿐이다.

유전적요인 스트레스 자외선노출도 발병 원인으로 추정된다. 인제대의대 상계백병원 피부과 김방순교수는 “똑같은 자극에도 혈관이 쉽게 확장되는 사람들이 있다”며 “혈관이 잦은 확장과 수축으로 느슨해져 증상이 악화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

★왜 얼굴이 붉어지나★

얼굴은 다른 부위보다 혈관이 많은 데다 피부도 얇아 붉어지는 것이 쉽게 눈에 띄는 것.

쉽게 화를 내거나 잘 당황하는 사람은 뇌의 교감신경이 쉽게 자극되는 경우. 호르몬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모세혈관이 확장되고 여기에 피가 모여 얼굴이 붉어진다. 더울 때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체온을 낮추기 위해 모세혈관이 확장되기 때문. 또 간에 알코올 분해 효소가 적은 사람은 ‘한잔’에도 얼굴이 붉어진다.

경희대한의대 장준복교수는 “별 자극없이 얼굴이 화끈거리면서 온몸에서 미열이 나는 것은 과로나 스트레스 때문일 수 있다”며 “이 때는 잘 먹으면서 쉬어야 한다”고 조언.

고려대의대 안암병원 피부과 계영철교수는 “조기에 치료하면 약물과 연고제로도 좋아지지만 모세혈관확장증이 되면 늘어난 혈관을 레이저로 없애야 한다”면서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하면 일시적 치료효과가 있지만 결국 악화된다”고 말했다.

◆미국 홍조증환자모임(NRS)이 권하는 예방법

▽날씨〓햇빛을 피하고 자외선 차단 크림을 항상 바른다. 실내는 건조하고 시원하게 하는 것이 좋다. 더운 날에는 찬 음료를 자주 마신다. 추운 날은 보습제를 바르고 볼이나 코를 스카프로 감싼다.

▽음식〓뜨거운음식과커피차 등 김이 나는 음료를 줄인다. 맵고 자극적인 음식도 좋지 않다. 술을 적게 마실 것.

▽운동〓땀을 많이 흘리는 힘든 운동은 피한다. 아침과 저녁에 약한 강도로 오랜 시간 운동한다. 실내운동을 할 때는 반드시 환기해 실내 온도가 오르는 것을 막는다. 찬 수건을 목에 둘러 체온을 낮춘다.

▽목욕〓미지근한 물로 샤워하고 사우나를 하지 않는다. 수건이나 스폰지로 얼굴을 닦지 않는다. 전기면도기를 사용한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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