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터키 여성의 이름과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도 ‘법적’으로는 엄연한 독일인이다. 터키에서 태어났다. 8세 때 이혼한 어머니를 따라 독일에 건너와 줄곧 독일에서 살았고 독일 국적을 취득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총선에서 녹색당 의원으로 연방의회에 진출해 ‘보다 나은 독일’을 위해 의욕적으로 뛰고 있다. 그러나 생활 속에서 그는 여전히 ‘외국인’이다. 얼마 전에는 수도 본의 한 아파트로 이사하려다 포기했다. “외국인은 받지 않는다”는 집주인 때문이었다.
기셀라 린츠. 55세. 빈틈없는 인상. 금발. 푸른 눈.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베를린에서 살고 있는 전형적인 베를리너.
독일 언론정보부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그는 누가 봐도 영락없는 독일 여성이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외국인이다. 네덜란드 국적. 독일에 건너온 네덜란드인 아버지가 2차대전 때 징병을 피하기 위해 독일 국적을 취득하지 않아 그도 네덜란드 국적을 갖게 됐다.
외국인이기에 한번도 투표해 본 적이 없다. 독일인 남자와 결혼한 그는 마음만 먹으면 독일 국적을 취득할 수 있었지만 “귀찮아서 못했다”고 한다. “투표 이외에는 내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나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불편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독일의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가 외국인의 시민권 취득 문제다. 독일 정부는 외국인이 시민권을 쉽게 취득할 수 있게 하는 국적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국적은 법의 문제만은 아닌 듯하다. 오히려 외모 같은것이 더 크게 작용하는 생활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독일인인 외국인’과 ‘외국인인 독일인’. 그들은 국적과 민족의 의미와 허실을 되묻게 한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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