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플레전트빌」/살맛나는 세상은 컬러?

  • 입력 1999년 4월 7일 19시 50분


날로 삭막해져 가는 현실속에서 한 번쯤 갖게되는 의문.

세상이 정말 나아지고 있긴 한 걸까. 10일 개봉할 영화 ‘플레전트빌(Pleasantville·기분좋은 마을)’의 대답은 “예스.”

‘플레전트빌’은 비관과 복고가 횡행하는 시대에 진보를 믿는 ‘기분좋은’영화다. 암울한 미래, 겨우 실낱같은 희망을 노래할 뿐인 수많은 영화와 달리 이 작품은 숱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계속 나아지고 있다는 낙관을 보여준다.

영화는 현대 미국 중류가정의 평범한 남매가 50년대를 배경으로 한 TV 흑백 시트콤 ‘플레전트빌’속으로 빨려 들어간다는 비현실적인 코미디로 시작한다.

‘흑백 세상’인 플레전트빌에서는 모든 일이 순조롭고 시민들은 한결같이 착하다. 그러나 한번도 외부의 도전을 받아본 적이 없는 평화는 취약하기 짝이 없는 법.

‘컬러 세상’출신 남매의 등장으로 ‘흑백 세상’의 질서는 흔들리고 ‘흑백 시민’들은 감춰졌던 본능을 자각하기 시작한다.

‘흑백 세상’의 균열을 보여주는 갖가지 에피소드는 재미있지만 다소 지루하다.

그러나 어머니가 성욕에 눈을 뜨는 순간 그 집의 나무에 불이 붙는 등 ‘흑백 세상’이 색깔을 입는, 더없이 아름다운 영상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흑백과 컬러의 공존을 만들어낸 이 영화의 컴퓨터 그래픽은 세련되면서도 따뜻하다.

‘빅’‘데이브’의 시나리오를 쓴 게리 로스의 감독 데뷔작.이번 시나리오도 직접 썼다.

그의 독특한 상상력은 현대의 암울한 풍경을 ‘그래도 살만한 곳’으로 달리 보이게 만든다.

최근 개봉작 ‘아이스 스톰’에서 모자로 출연했던 조안 알렌과 토비 맥과이어가 이 영화의 ‘흑백 세상’에서 선각자적인 모자 역을 맡아 호연을 보여주었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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