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부형권/「먹통 휴대폰」 무책임 업체

  • 입력 1999년 4월 7일 20시 43분


TV나 신문광고 속의 휴대전화는 완벽한 품질을 자랑한다.

휴대전화만 있으면 땅속 지하철, 남쪽 끝 마라도에서도 자장면을 시켜 먹을 수 있다. 단 한 방에 통한다. 술잔 속의 얼음 구르는 소리까지 ‘보일’ 정도로 음질도 탁월하다. 그야말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소리가 안 들리거나 갑자기 끊어지는 불량통화가 버젓이 존재한다. 이동통신 5개사의 자체 품질조사 결과를 토대로 분석하면 요금이 부과되는 50통화 중 1,2통화가 불량통화다.

YMCA가 조사한 불량통화율은 이보다 2배 이상 높다.

그래서 정보통신부 산하 통신위원회와 이동통신 업체의 고객센터에는 불량통화 민원이 매달 수만건씩 접수된다.

일반 유선전화 요금보다 최고 9배 이상 비싼 휴대전화 요금을 고지서에 적힌 액수대로 고스란히 내기가 억울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업체는 격렬히 항의하는 고객들에게는 요금의 일정액을 깎아준다. “통신기술의 한계상 불량통화는 있게 마련이지만 현란한 광고로 소비자를 유혹한 원죄(原罪)가 있기 때문”이라고 업체 관계자는 고백한다.

하지만 어느 업체도 ‘불량통화를 요금 체계에 어떻게 반영해야 통화요금 불만을 최대한 줄일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는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냉장고의 불량률이 5%라고 해서 냉장고 값을 5% 깎아줄 수 없는 것과 같은 논리”라는 업계주장도 한심하다.

휴대전화 요금은 가전제품 가격과 다르다. 정상적인 통화에 대한 서비스 비용이다. 배달시간이 늦으면 일정금액을 환불해주는 피자값과 비슷한 것이다.

이동통신업체들이 신규가입자를 확보하는 데 들인 노력의 절반만이라도 통화서비스 개선과 요금체계 합리화에 쏟아줄 수는 없을까.

부형권<사회부>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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