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 스탠더드/담배유해론]간접흡연 소송할 수 있나?

K사는 사무실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는데도 실제로 잘 지켜지지 않는다. 담배를 피우지않는 이 회사 직원 이모씨(44)는 옆자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동료들에게 가끔 가시박힌 농담을 던진다.

“간접흡연에 의한 암선고를 받고 죽게될 경우에 대비해 마누라와 아이들에게 옆에서 담배를 핀 사람들의 명단을 보관하라고 주었다. 사후에 내 가족이 당신을 상대로 손해배상 및 위자료 청구소송을 낼 것이다.”

법적으로 가능한 이야기다. 김강원변호사는 “금연규정을 만들어놓고 제대로 집행하지못한 회사와 옆에서 담배를 피워댄 동료들을 상대로 제소하면 승소할 수 있다”고 말한다.

1월 KBS TV에서는 ‘간접흡연―그 동반자살의 실태’를 방영했다. 프로듀서 이영돈씨는 “해외 연구결과에 따르면 담배는 매우 독성이 강해 장기적으로 옆에서 연기를 들이마시는 사람들도 병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다”며 “미국에서는 실내금연의 법적 근거를 정부차원에서 연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에서는 매년 4만7천5백명이 간접흡연에 의한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장기적 간접흡연은 폐암발생을 20% 증가시킨다. 간접흡연의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비일비재다. 2월 6만여명의 항공기 승무원들이 승객들의 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담배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미국 유타주 공동주택에 사는 한 부부는 이웃집 담배연기가 자기집 공간으로 스며들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자기 집에서 담배를 피울 권리에 대한 첫 법적 도전인 셈.

미국 캘리포니아 보건국이 만든 TV광고 문구는 ‘간접흡연은 일급살인’이다. 흡연자들은 ‘남의 담배연기를 들이마시지 않을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 금연규칙을 제대로 이행치 않은 기업이나 건물주도 손해배상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