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李容勳)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3·30’ 재 보궐선거에서 불법과 탈법이 난무할 수 있었던 한 원인을 이렇게 진단했다. 재 보선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여야 중앙당이 선거에 직접 개입해 과열 혼탁상이 극에 달했는 데도 검경은 뒷짐을 지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위원장은 “여당을 단속하기에는 신경이 쓰이는 측면이 있고 그렇다고 야당이 적발돼도 편파시비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그랬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또 전국의 직원을 통틀어 보아야 2천명이 채 안되고 수사권도 없는 선관위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대검은 재보선 8일전에 열린 전국공안부장검사회의에서 불법선거운동을 철저히 단속하라고 지시했고 서울지검 남부지청과 수원지검에는 선거사범전담수사반까지 설치했다. 그러나 여야 할 것 없이 불법과 탈법적인 선거운동을 벌였음에도 적극적인 단속을 한 것 같지는 않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불법선거를 단속하는 주무기관은 선관위인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이위원장의 지적에 은근히 불만을 나타냈다. 24시간 불법선거운동을 감시하고 단속하는 기관으로서 책임을 떠넘기려 해서는 안된다는 반론이다.
검찰은 국민회의가 구로을과 안양 두 지역에서 동별 특위위원을 위촉해 탈법적인 선거운동을 벌였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도 “선관위가 고발해오면…”이라며 적극적인 수사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6일 재 보선과정에서의 불법과 부정시비를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지만 선관위나 검찰의 자세로 보아서는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는 느낌이다.
최영훈<사회부> 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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