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혁명⑦]클릭 한번으로 문화를 본다

  • 입력 1999년 4월 9일 19시 54분


“오늘은 어디로 가볼까….”

남편이 출근한 뒤 설거지와 청소를 마친 주부가 컴퓨터 모니터 앞에 자리를 잡는다.

“어젠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다녀왔으니까 오늘은 파리의 박물관이나 돌아다녀볼까.”

인터넷을 통해 루브르박물관 홈페이지에 접속한다. 피라미드 모양의 조형물을 지나 우선 그리스 작품 전시실부터. 낯익은 조각상들이 눈에 띈다. 1820년 그리스 남쪽 에게해의 밀로섬에서 발굴됐다는 비너스. 볼수록 아름답다.

다음은 회화 전시실. 푸생 밀레 루벤스 들라크루아…. 학창시절 이름을 들어본 화가들의 작품이 줄줄이 등장한다. 이집트 유물전시실까지 둘러본 뒤 센강 건너편에 자리잡은 오르세미술관으로 ‘발길’을 돌린다.

인터넷은 문화의 패러다임도 바꾸고 있다. 간단한 검색어와 마우스 클릭만으로 ‘시공을 초월한 문화의 향유’를 가능케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가요와 애니메이션이 개방되기도 전에 이미 국내에 깊숙이 침투한 것도 한 사례.

인터넷은 나아가 사이버 가요, 사이버 미술 등 가상의 공간을 활동무대로 삼는 ‘사이버 문화’를 새로운 장르로 정착시키고 있다. 변화의 바람이 가장 센 곳은 음악 분야. ‘차세대 워크맨’으로 불리는 MP3플레이어의 등장이 변화를 선도한다. MP3는 기존의 음악감상 패턴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원하는 음악을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뒤 MP3플레이어에 저장하면 언제라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한 곡을 듣기 위해 앨범 전체를 구입할 필요도 없다. “CD가 빠른 속도로 LP시장을 잠식했듯 머지않아 MP3가 CD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MP3의 등장은 음반계에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사이버 가요도 조금씩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아담 사이다 류시아 등 사이버가수가 속속 등장했고 최근 가사의 파격성으로 논란을 빚은 가수 ‘조PD’도 사이버 공간이 주활동 무대.

국내에만 20여개, 전세계적으로는 2천여개로 추산되는 인터넷방송국은 이들의 비중에 무게를 더해준다. 문화평론가 김지룡(金智龍·35)씨는 “사이버 문화의 가장 큰 매력은 문화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만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미술계에도 사이버마켓을 개설하는 화랑이 늘면서 ‘사이버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사이버화랑인 가나웹갤러리의 큐레이터 이승환(李升煥·32)씨는 “직접 실물을 봐야 색상 질감 등을 따져볼 수 있기 때문에 미술계는 아직 인터넷 거래가 활발하진 않지만 판화를 중심으로 조금씩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가상공간에서만 활동하는 화가들도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등장으로 인해 미술이 ‘한정된 작품을 소수가 향유하는’형태에서 ‘대량 복제로 많은 사람이 향유하는’ 형태로 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인터넷은 여행문화까지 크게 변화시켰다. 원여행클럽의 원치승(元致勝·33)사장은 ‘사이버 트래블러’로 통하는 인물. 외국 여행을 떠나며 그가 챙기는 준비물 1호는 노트북 컴퓨터다. 원사장은 “한 목적지에서 다른 목적지로 이동할 때면 인터넷에 접속해 미리 방문할 곳을 찾아본다”고 노트북의 용도를 설명했다. 항공권 구입이나 숙박시설 예약도 인터넷을 통하면 가장 좋은 조건에서 고를 수 있다. 원사장은 “인터넷 덕분에 여행을 떠나기 전에 거리와 시간을 계산해서 미리 스케줄을 짜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음악 미술 여행 등 문화와 레저에 부는 새로운 바람에 대해 전문가들은 “변화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 실용화되면 2차원적 체험에 그치지 않고 3차원의 공간에 직접 뛰어들 수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 한층 ‘현실감’ 넘치는 체험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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