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수뇌부는 이날 회동 발표문에서 “4·7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국회의 사명과 국민의 여망을 저버린 처사로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으나 우리가 판단하기에는 ‘유감표명’이 아니라 그 원인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자성을 하는 것이 옳다. 이번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데는 무엇보다 내각제 개헌문제를 둘러싼 여권 내부의 갈등이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 문제를 정정당당히 처리하지 않고 정치적 타협에만 의존하려 한 결과내부갈등이 쌓이고 그것이 ‘불만표’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본란이 여러차례 강조했듯이 내각제 문제는 국가의 기본적인 권력구조 변경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가 선결되지 않고는 정당 국회 선거제도 등에 대한 개혁작업이 진전될 수 없다. 그런데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총리는 내각제 논의를 오는 8월말까지 중단하기로 하고 그때까지 정치 전반에 대한 개혁작업을 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처럼 순서가 뒤바뀌어서야 개혁이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그동안 개혁이 지체되고 갖가지 국정혼선이 빚어진 주요원인도 내각제문제를 덮어둔 공동정권의 한계 때문이다.
더구나 내각제문제는 공론화해야 할 사안이지 김대통령과 김총리 두 사람만이 ‘무릎을 맞대고’ 담판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밀실타협이니, 정치적 거래니 하는 얘기들이 무성하다. ‘8월말까지’라는 시한도 왜 그렇게 정했는지 두 사람 외에는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정가에서는 8월말 시한 때문에 자민련이 주장하는 연말 내각제 개헌이 사실상 물건너갔고 김총리가 그처럼 내각제 논의를 유보하는 대신 내년 16대 총선에서 50%공천권을 보장받았다는 소문마저 나도는 실정이다.
공동여당 수뇌부는 이날 발표문에서 ‘양당의 공조 강화와 이를 통한 국정의 안정적 운영’을 다짐했지만 현재로서는 그같은 안정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동정권측은 지금 내각제문제를 논의할 경우 사회 경제 정치적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다.그러나 이 문제를 덮어두려하는 바람에 더 많은 부작용이 생기고 국정 혼선이 초래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기왕 논의할 문제라면 더 이상 밀실에 두지말고 당당하게 토론하여 결론을 내리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정치안정을 이루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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