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숙씨 이럴땐?]촌지, 선생님을 돈으로 유혹하는 것

  • 입력 1999년 4월 11일 20시 46분


◆편지◆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딸을 두고 있는 학부형입니다.

아이가 어려서부터 내성적인 편인데 상급학년이 됐어도 별로 성격이 달라지지 않아 늘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웃에 사는 엄마들에게 그런 고민을 이야기했더니 선생님을 찾아가 상담하고 부탁해보라고 조언을 해주더군요.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간단한 선물이나 촌지를 건네며 부탁을 하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선생님이 아이에게 발표할 기회도 많이 주고 칭찬이나 배려를 해주시면 아이의 성격을 바람직하게 고칠 수 있다는 겁니다.

이같은 도움말이 옳다고 생각하면서도 선생님께 무엇을 선물해야 좋을지도 모르겠고, 그냥 맨 손으로 찾아가는 것도 예의가 아닐 것같아 망설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요즘 사회문제화한 촌지를 건네기는 제 마음이 내키지 않습니다. 더욱이 국제통화기금(IMF) 시대를 맞아 아이 아빠의 월급이 줄어들어 촌지를 건네기도 어려운 형편입니다. 하나밖에 없는 아이를 활발하게 키우고 싶은 제 마음을 살펴 진지한 답변을 부탁드립니다.(한 학부모)

◆답장◆

선생님을 찾아가보라는 의견에는 찬성입니다. 하지만 선물이나 촌지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얼마전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많은 선생님들이 촌지가 줄어들지 않았다고 고백한 걸 보았습니다. 촌지가 얼마나 큰 문제인지 알면서도 ‘내 아이의 문제’라는 이기심 때문에 여전히 촌지를 건네는 손길이 많다는 증거였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봅시다. 촌지 속에는 ‘남의 아이를 돌보아야 하는 그 시간에도 우리 아이만 돌봐 주세요’ ‘우리 아이를 다른 아이보다 더 예뻐해 주세요’ 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러니 공평하고 공정한 교육의 의미를 해치고 선생님을 돈으로 유혹하는 행동입니다.

편지를 주신 어머니의 아이 사랑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선물이나 촌지를 건네는 건 절대로 하지 말라고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대신 편지를 쓰거나 그냥 찾아가십시오. 부탁을 드리면 선생님은 분명히 그 아이를 더 배려하고 신경써 주실 겁니다.

정 선물을 하고 싶다면 학년이 끝나갈 때 지난 1년간 배려를 해줘서 고맙다는 표시를 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편지 주신 어머니의 멋진 결단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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