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악 사범이라니….
말은 우범자들 잡아들인다지만 그 속엔 반정부하는 우리두 끼겠지.
양민 학살이 제일 큰 사회악 아닌가.
동우의 이죽거리는 말에 건이가 한숨을 쉬면서 걱정을 했다.
옮겨 갈 디를 얼릉 찾아야 할텐디, 어디 생각나는 곳 없소?
넌 괜찮니? 니 걱정이나 해라.
나는 괘안애라우. 정자하고 부부간이니께.
건이의 말에 느긋하게 팔베개를 하고 누웠던 동우가 벌떡 일어났다.
뭐라구, 너 그게 무슨 말이냐?
왜 놀라요. 혜순이도 진즉에 찬성을 혔는디.
누가 느이들 맘대루 조직원들끼리 연애 하라구 그러디?
건이는 동우의 발끈 하는 말에 허공을 쳐다보며 웃었다.
허허 이건 연애가 아니라 생활이여 생활. 우리는 결혼하기로 했소. 성님들이 축하를 해줘야지라. 내가 안그래도 이 이약을 할라구 왔구만. 나 요꼬 공장 차렸소. 사장님이오.
유 선배가 너 보구 편직기 살 돈 내줬는줄 아니? 해고자 동아리 만들자구 하는 거지.
일하는 사람 넷 하고 바깥 일은 내가 뛰어다니구 있소.
곁에서 듣고 있던 나는 동우 대신 그를 격려할 마음이 생겼다.
잘했다. 열심히 해보렴. 헌데 우리 일에 시간을 많이 빼앗길텐데.
어차피 저녁 시간에 모임을 가지니께 별 문제는 없어요. 하여튼지 내 문제는 그렇다치고 형들 자리를 옮겨야 쓸 것인디….
논의를 해보지 뭐. 원칙적으로는 내주 중에 옮기는 걸루 하구. 후원자들에게 안건을 주어 보자.
건이가 다녀간지 꼭 이틀이 지나서였다. 찬 거리를 사러 달동네 아래 큰길 어구까지 내려갔던 동우가 숨을 헐떡이며 뛰어 들어왔다. 그는 바로 골목 길로 나가는 부엌 판자문을 쾅 잡아당기고는 쇠를 걸고 숫가락까지 꽂아 넣었다. 그러고나서도 판자문에 귀를 기울이며 바깥을 살피고 있었다. 나는 방문을 열고 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누가 쫓아오니?
쉿, 가만있어. 불 좀 꺼라.
나는 그의 얼어붙은 듯한 어조에 저절로 긴장이 되어서 얼른 형광등을 꺼버렸다. 그는 문가에 그 자세로 서있었다. 잠시 후에 여러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고 두런거리는 말소리도 가까워졌다.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이쪽이 맞아요.
골목이 하도 많아서 어디루 튀었는지 알게 뭐야.
여럿의 발소리가 들리면서 손전등 불빛이 어른거리더니 그들은 차츰 멀어져 갔다. 먼데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어이, 이 형사 이쪽으루 와 봐.
짭새들이잖아! 나는 그제사 놀라서 방의 벽에 붙어버린 듯이 꼼짝도 않고 어둠 속에 앉아 있었다. 동우는 살그머니 방으로 들어와 내 곁에 나처럼 무릎을 세우고 등은 벽에 딱 붙인 자세로 앉았다. 그의 숨소리가 차츰 고르게 가라앉았다.
어떻게 된거야?
내 속삭임에 동우도 소근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휴우… 하마터면 달릴 뻔했다. 저 아래 큰 길에서 들어오는 작은 시장 있잖아.
<글: 황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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