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 3,000 돌파’라는 뉴스가 나오자 D씨는 더 자세한 정보가 궁금해졌다. 무선키보드로 ‘마이다스동아일보’를 입력하자 방송화면이 옆으로 이동하고 인터넷신문이 눈 앞에 펼쳐진다.
출근시간이 되자 그는 다 못읽은 전자신문을 수첩크기의 무선휴대정보단말기인 ‘E북’에 전송(다운로드)받아 집을 나선다. 향후 증시 전망과 유망 추천종목 소개까지 빠짐없이 읽은 그가 E북의 버튼을 누르자 요사이 심취한 인기소설이 E북 스크린에 뜬다. 독서중 잘 모르는 단어가 나올 경우 그 부분을 손가락으로 클릭하면 인터넷으로 연결된 백과사전 사이트가 뜻을 풀이해준다. 그 때 단말기에서 ‘삐삐’소리가 나며 ‘동아일보 긴급뉴스’라는 글자가 화면에서 반짝거린다. 개각소식을 단말기에서 읽는다.
인터넷은 세계를 잇는 통신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잡지 신문 방송사 등 종이 및 전파 매체를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로 화려하게 떠오르고 있다. 이미 미국 캐나다 유럽 일본 등지에 거주하는 해외교포들은 고국 소식을 인터넷으로 접한다. 일부 교포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 방송의 드라마 뉴스까지 내국인과 같은 시간대에 시청하고 있다.
시간 공간의 제약을 거의 받지 않는 인터넷은 대자본과 고가의 장비를 필요로 하는 언론을 ‘무장해제’시키고 있다. 엉뚱한 패러디뉴스로 네티즌 사이에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딴지일보’ 발행인 김어준씨도 알고보면 ‘백수’를 자처한 평범한 소시민이다. 그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컴퓨터, 인터넷만으로 해외에까지 애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그는 단 한장의 종이도 사용하지 않는다.
대덕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부분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이 곳에서 ‘종이신문’을 찾아보기란 매우 어렵다. 인터넷망이 잘 갖춰져 있어 교수부터 연구원 학생들까지 모두 인터넷으로 신문을 보기 때문이다. 관심있는 뉴스는 여러 신문사 홈페이지를 접속하며 본다.
인터넷은 다른 의미의 ‘언론사 통폐합’까지 부추기고 있다. 지금까지는 신문 방송 통신사의 보도형태가 뚜렷이 달랐다.
그러나 인터넷이 문자 사진 비디오 사운드 등 멀티미디어 정보를 담을 수 있게 되면서 이들 언론사는 스스로의 영역을 벗어나기 시작한 것. 늦어도 21세기초에는 ‘실시간(realtime) 멀티미디어 보도’를 하지 않고서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실시간’이란 뉴스가 발생하는 즉시 인터넷을 통해 독자들에게 그 내용을 전달한다는 의미.
다시 보고 싶은 뉴스는 언제든지 인터넷에 접속해 검색할 수 있다.
‘기성복 언론’도 자취를 감추게 된다. 언론사가 일방적으로 만들어놓은 신문과 방송을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스스로 관심있는 분야의 뉴스만 골라보는 ‘맞춤 뉴스’ 혹은 ‘주문형 뉴스(NOD·News On Demand)’가 인터넷에서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취향과 전문지식이 존중받는 시대가 된다는 얘기이다.
인터넷의 가장 큰 매력은 ‘쌍방향(인터랙티브) 미디어’라는 점. 뉴스를 단지 보고 읽고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네티즌 누구나 E메일이나 전자게시판(BBS)을 통해 투고나 제보, 의견을 보내 뉴스 제작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는 것. 독자의 여론을 가볍게 생각하는 언론은 더 이상 견디기 어렵게 된다.
미국 NBC와 손잡고 ‘MSNBC’ 인터넷방송 사업을 벌이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회장의 말처럼 세상은 바야흐로 ‘손가락 하나로 모든 뉴스’를 볼 수 있는 시대를 창조하고 있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