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충식/아쿠타가와상과 이시하라 지사

  • 입력 1999년 4월 12일 19시 51분


일본 문학에서 아쿠타가와상의 위력은 대단하다. 천재 소설가로 서른다섯살에 자살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를 기려 만든 상이다. 그의 문우이자 문예춘추 창간주인 기쿠치 간(菊池寬)이 1935년에 제정했다. 이 상은 무엇보다 일본문학이 흘러가는 방향을 시사하는 신인의 등용문으로 꼽힌다. 재일교포작가이회성(李恢成) 이양지(李良枝) 유미리(柳美里)씨가 이 상을 받았다.

▽아쿠타가와는 도쿄대 재학중에 벌써 천재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인지 대학생으로 소설을 써 이 상을 받은 네 작가들이 모두 각광을 받는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郎),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 무라카미 류(村上龍)가 그렇다. 무라카미류도 ‘한없이 투명한 블루’로 유명해져 서울의 큰 서점에 독립 코너를 가질 정도다.

▽네번째 대학생 수상자가 올해의 히라노 게이치로(平野啓一郎)다. ‘일식(日蝕)’이라는 소설로 일본열도의 화제를 낳았다. 교토대 법과4년생인 그의 이 소설은 한국어로도 번역되었다. 이 소설에 대한 이시하라 신타로의 심사 코멘트가 과연 닥터 노(NO)라는 별명답다. ‘이런 현학취미, 오만한 의고문(擬古文)같은 방법이 아니면 현대문학은 소생할 수 없다는 말인가.’

▽이시하라는 아쿠타가와상의 후광을 업고 68년 정치에 뛰어 든 이래 8선을 거쳤다. 환경청장관과 운수상을 지냈다.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을 써서 국제적인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우파 민족주의자라고 할 수 있는 그의 정치노선은 늘 ‘선명’하다. 그런 선명성과 단호한 이미지에 힘입어 이번에 도쿄도(都) 지사 선거에 당선됐다. 도쿄가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김충식 논설위원〉sears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